호남행 미루는 文, 읍소 대신 '정공법'

by김진우 기자
2015.12.22 16:46:04

文 인재 영입에 주력…선출직평가위 현역 의원 심사에 돌입
安 신당 세력화와는 무관하게 총선 로드맵대로 진행할 계획
광주 현역 3~4명 집단 탈당 움직임…박지원 "文 결단" 촉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2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온라인을 통해 신입당원이 된 최연소당원 정소영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안철수발(發) 야권 개편 회오리에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이 지난 13일 탈당 기자회견 이후 부산(15일) 전주·광주(17~18일) 서울(21일) 대전(22일)을 돌며 ‘안풍(安風)’을 일으키는 데 주력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문 대표가 22일 소화한 공식일정은 온라인으로 가입한 1만 번째, 3만 번째, 최연소 당원과의 만남이 유일하다. 안 의원 탈당 후 열흘간 지방을 내려간 것은 단 한 차례도 없다.

특히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고려할 때 문 대표의 최근 행보가 다소 의문이라는 지적도 당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 당직자는 “호남에 며칠 간 머물며 여론을 듣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4~18일 전국 성인남녀 28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발표한 자체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8%포인트) 결과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호남 여론(30.7%)이 새정치연합 지지(27.0%)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문 대표의 핵심 참모는 “아무런 결과물도 없이 호남을 찾아가서 무엇을 하겠는가”라며 “결국 총선은 인재 싸움이다. 문 대표가 공식 일정이 없을 때 시간을 쪼개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안 의원이 전국을 돌며 신당 세력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무관하게 내년 4월 총선 일정에 맞춰 짜 놓은 ‘로드맵’대로 차근차근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새정치연합 선출직평가위원회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해 해를 넘긴 1월 12일에 평가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선출직평가위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를 공천에서 배제(컷오프)하는 역할을 한다.

조은 평가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셈법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며 “누가 주류인지 비주류인지, 누가 친노인지 비노인지 찍으라고 한다면 정답률이 50%도 어려울 것”이라고 편파적인 평가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비주류의 반발로 최재성 총무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 출범을 미루고 있지만 이른 시일에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총무본부장이 관례대로 총선기획단장을 맡게 돼 있지만 결론을 내지 않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총선 로드맵대로 일정을 진행하는 것과는 달리 호남 현역 의원들이 탈당을 고심하면서 야권 정계 개편이 가속화되는 흐름이다. 광주 지역에서는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을 제외한 현역 의원 3~4명의 집단 탈당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당의 분열은 호남의 분열이고, 호남의 분열은 영원한 패배”라며 “문 대표의 결단만이 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호소한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기회”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