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관용 기자
2024.11.04 16:56:47
전두환·노태우 사진은 게시하면서 김재규는 제외
'부패·내란·외환죄' 지휘관 사진 못걸게 했지만
'역사 기록 보존' 규정 들어 부대들 선택적 게시
다 걸든 범범자 일괄 정리하든 일관된 규정 필요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어떤 조직에 대해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연혁이다.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는 곧 그 조직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때 수장이 누구였느냐도 중요하다. 군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래서 부대들은 특정 장소에도 사진을 걸어 역대 지휘관을 예우하고 기억한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국군방첩사령부 등 군 부대에 범법 지휘관 사진을 게시하는 문제가 논란이 됐다. 방첩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보안·방첩·수사 부대’를 내걸고 기존 기무사령부에서 군사안보지원사로 이름을 바꿨다. 당연히 20대·21대 보안사령관을 지낸 전두환·노태우 등의 사진은 자취를 감췄다. 1대 남영신 사령관부터 새 역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방첩사로 이름을 바꾸면서 다시 이들 사진을 본청 복도에 내걸었다. 역시 기무사 때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16대 보안사령관 사진은 걸지 않았다.
계속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 기준을 2019년에서야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부패 및 내란·외환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지휘관’ 사진은 게시할 수 없다. 하지만 ‘예우·홍보 목적이 아닌 재직기간 등 역사적 기록 보존 목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돼 있다. 모순되는 내용이 함께 있는 셈이다.
그러니 각 부대들은 5.18 및 쿠데타 주동자나 부패 사범인 역대 지휘관 사진을 ‘역사적 기록 보존 목적’으로 게시하고 있다고 하면 된다. 김재규 사진을 걸었다가 다시 내린 육군 3군단이나 아예 치워버린 방첩사는 이를 ‘예우·홍보 목적’으로 해석했을 것이다. 어떤 부대들은 국회의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 질의에 노태우 등의 사진을 부랴부랴 내렸다.
어떤 사진을 게시할지 말지 일선 부대들은 혼란스럽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국방부 지침이 오면 조치 하겠다”고 했다.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이니 모든 지휘관 사진을 다 게시케 하든, 분명한 기준을 만들어 범법 지휘관 사진은 걸지 못하게 하든 규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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