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북미 PDF 출자 철회한 산림조합…“국내 투자 집중”

by이건엄 기자
2024.06.18 20:08:05

운용사 선정 후 실사 진행했지만 투자 포기
당국 단속에 불확실성 확대 부담 작용
사모 대출 확대 주요 LP와는 상반된 모습
“국내 중심 전략 선호…당분간 현 기조 유지”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국내 기관투자자(LP)들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SJ산림조합중앙회(이하 산림조합)가 북미 사모대출펀드(PDF) 출자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대체투자 단속 강화 움직임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부담을 느낀 산림조합이 PDF 투자 결정을 철회했다는 분석이다. 산림조합은 당분간 대체투자 분야에서 수익률 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국내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산림조합중앙회 잠실 청사. (사진=산림조합중앙회)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림조합은 북미 PDF 투자를 철회했다. 지난해 하반기 PDF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글로벌 운용사 아레스(Ares)와 베어링스(Barings)에 대한 현지 실사까지 마쳤지만 해외 대체투자 불확실성 확대 등을 고려해 철회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산림조합은 지난해 아레스와 베어링스를 해외 PDF 운용사로 선정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산림조합 대체투자팀이 미국 뉴욕을 방문해 아레스와 베어링스 관계자와 직접 만나 PDF 투자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사모신용대출(PCF)과 함께 사모대출에 포함되는 PDF는 운용사가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기업 등에 대출하는 펀드를 말한다. PDF에는 은행 대신 기업에 자금을 대여하는 직접 대출과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인수금융 대출 등에 활용된다.

PDF는 중위험·중수익을 특징으로 한다. 기준 금리에 최소 6~7%포인트(p)의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을 실행하는 만큼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 투자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제도권 금융 시스템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PDF를 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연체 등의 위험 부담이 존재한다.

산림조합의 PDF 투자 철회는 국내 LP들의 최근 대체투자 전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주요 LP들은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짐에 따라 해외 대체투자 수단으로 PDF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실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은 올해 대체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분(에쿼티) 투자 비중을 낮추고 사모대출 투자 비중을 2배로 늘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 역시 사모대출 투자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LP의 PDF 선호 경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CME그룹의 페드와치툴에 따르면 오는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0.25%p 인하 확률은 45%로 나타났다. 이전 조사에서 50%대를 웃돌던 것을 감안하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대폭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LP들의 사모대출 투자 확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산림조합이 PDF 투자를 철회한 것은 금융당국의 대체투자 단속 강화 움직임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금융당국이 해외 부동산을 중심으로 상호금융을 비롯한 금융권의 대체투자 내역을 면밀히 살피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해외 부동산을 중심으로 금융권의 대체투자 내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전수조사 대상에는 은행과 보험, 증권,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모든 금융사가 포함됐다.

산림조합은 당분간 국내 대체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불확실성이 큰 해외 대신 국내 투자에 집중해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대체투자 전략을 전개한다는 설명이다.

산림조합 관계자는 “전반적인 투자 시장이 위축됐지만 국내보다는 해외 쪽이 좀 더 그런 경향이 심하다”며 “현재로선 국내 대체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PDF 투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해외보다는 국내 중심의 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된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시점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겠지만 현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