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앞에 장사없다”…美증시 나는데 코스피 내리막

by이은정 기자
2021.11.08 19:01:18

美최고점 랠리…1개월간 S&P 7.0%, 나스닥 9.5%↑
코스피는 0.1% 상승 그쳐…4거래일째 3000선 하회
기업 실적둔화 가시화 속 IPO 수급 부담·조기 금리인상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데 국내 증시는 2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한미 증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공급망 차질과 중국 경기 둔화에 따라 성장 모멘텀이 약화하는 가운데 잇단 기업공개(IPO)에 따른 물량 부담, 기업이익 실적 둔화,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2969.27)보다 9.07포인트(0.31%) 내린 2960.20에 장을 마감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있다. [사진=뉴시스]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5일 현지시간 기준)는 7거래일 연속, 나스닥 지수는 10거래일 연속 오르며 신고점을 거듭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은 각각 6.7%, 9.0%에 이른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이 기간 4.53% 올랐다. 반면 코스피는 이날 0.31% 하락한 2960.20으로 마감해 ‘삼천피’에서 더 멀어졌다. 장중 한때 1% 넘게 떨어지면서 293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날 대만 가권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각각 0.68%, 0.2% 오르면서 미국발 훈풍을 고스란히 누린 것과 대조적이다. 코스피지수의 최근 한달간 수익률은 0.03%에 그쳐 간신히 마이너스를 면한 수준이었다.

양국 증시 방향을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수급이다. 가뜩이나 매수주체가 약한데 카카오페이, 케이카 등 대어들이 잇달아 공모청약에 나서면서 증시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16개에 달하며 이들이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2조4077억원에 달한다.



시중 유동성을 옥죄는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서도 한국은 미국을 한참 앞서간다. 한국은 이미 한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한 반면 미국은 내년 말까지 동결하거나 한차례 인상이 예상된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과 인플레이션 우려 속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상장사 실적은 4분기를 기점으로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는 한국 가계 자금의 유입 속도가 현저하게 둔화되고 있다”며 “유동성 총량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IPO에 따른 공급 부담과 조기 금리 인상이 맞물리는 점은 국내 증시에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