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든램지 햄버거 맛 그대로 재현…꿈 야무진 이 남자
by이대호 기자
2021.06.16 15:45:53
정현기 비욘드허니컴 대표 인터뷰
삼성서 신기술 연구하다 부푼 꿈 안고 창업
조리 데이터 확보해 인공지능으로 같은 맛 재현
셰프 요리 재현 가능한 구독형 플랫폼 목표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유명 셰프의 요리를 집 또는 가까운 식당에서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고든램지의 햄버거 등 시공간을 초월해 유명 셰프의 요리를 같은 맛과 품질로 구현 가능하다고 말하는 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지난해 비욘드허니컴(BEYOND HONEYCOMB)을 설립한 정현기 대표다. 이 회사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네이버와 포스텍홀딩스의 시드 투자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정현기 비욘드허니컴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네이버 D2스타트업팩토리에서 만났다. 인터뷰 전 회사 소개서를 요청했더니 첫 장부터 당찬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인공지능(AI)이 셰프의 요리를 학습해 동일한 맛과 퀄리티로 구현하는 최초의 ‘AI 키친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비욘드허니컴이 셰프 요리의 맛을 재현하는 방식은 이렇다. △주방기기에 탑재한 분자 센서로 셰프 조리 분석 △실시간 분자 상태 변화 데이터로 48시간 동안 AI 학습 △조리 로봇이 셰프 요리를 같은 맛과 품질로 재현 순이다.
정 대표는 “열이 있는 조리에 적합한 분자 센서를 만들었다”며 “마이야르 반응(고기가 익으며 맛이 나기까지 진행되는 화학적 변화) 현상도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욘드허니컴은 분자 센서와 함께 AI 학습 모델도 자체 개발했다. 정 대표는 “기존 노하우를 기반으로 굉장히 경량화된 AI 모델을 만들었고 48시간 학습으로 동일한 맛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리 로봇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삼성전자 리서치 싱크탱크 팀 책임 연구원 출신이다. 그가 기존 노하우를 활용했다는 말은 삼성전자 재직 당시 신기술 연구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는 얘기다. 식품과학(푸드테크)과 AI 로보틱스 분야에서 10년을 연구했다.
지난 2016년 삼성 크레이티브랩(C랩)이 국외 전시회에 공개해 화제가 된 가상현실 체험기기 ‘엔트림4D’도 정 대표 작품이다. 눈으로 보는 수준을 넘어 귀 안의 전정기관을 자극해 실제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이 들도록 사용자경험(UX)을 극대화한 것이 엔트림4D의 차별화 지점이다. 이 기술을 삼성에 남겨두고 정 대표는 동료와 퇴사한다. 비욘드허니컴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레스토랑의 디지털 플랫폼화’를 꿈꾸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정 대표는 “엔트림4D때 네이버에서 연락이 왔고 창업하면 투자를 검토해보자고 했었다. 아이디어만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투자받을 수 있었던 건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삼성에서 푸드 사이언스와 AI 로봇에 대해 연구를 오래 했다”면서 “최연소 연구 리더도 했고 3,4명 소수 인원으로 혁신기술을 빨리 만드는 것을 트레이닝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삼겹살도 셰프가 구으면 정말 맛있게 할 수 있다”며 “숙련된 알바생이 구워도 우리가 굽는 것과 맛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분자 센서가 이를 수치화해서 동일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레시피의 복잡도를 떠나 고기를 굽는 정도로도 특정 셰프에 대한 음식인지 정의가 되면 음식 가격의 일부를 저작권료로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쉽게 생각하면 유튜브”라며 “잘 만들어놓으면 구독자들이 보고 판매량으로 직결이 될 것이고 셰프 수익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처음엔 셰프 위주로 갔다가 일반에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미국의 일상식 구현을 우선 목표했다. 미국은 외식을 자주 즐기는 나라이기도 하다. 외식을 겨냥한 비욘드허니컴 입장에선 첫 타깃 시장으로 적합하다. 내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먹고 조리 스킬에 따라 맛 차이가 크고 노동이 많이 들어가는 메뉴”라며 햄버거, 샌드위치, 라이스볼, 샐러드볼의 재현을 언급했다. 빠르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패스트 캐주얼 외식’ 분야다.
이어 “이들 메뉴는 메인 식재료가 돼지고기, 치킨, 생선으로 조리 스킬에 따라 맛 차이가 두드러질 수 있다”며 “식재료가 두꺼울수록 스킬에 따라 맛 차이가 크고 아르바이트생이 조리를 하지 못하는데 로봇을 통해 노동력도 줄이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비욘드허니컴은 오는 10월 국내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셰프 요리를 재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공개한다. 셰프 레시피를 제공하는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일반이 방문해 맛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정 대표는 “레스토랑에서 별도 조리기구를 사지 않고 저렴한 로봇을 연동해 조리 스킬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며 “팝업스토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또 “한 공간에서 세계의 많은 셰프들의 요리를 맛보고 셰프들도 초빙하는 등 재미있는 이벤트가 많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 대표는 “궁극적으로 보는 것은 레스토랑을 디지털 플랫폼화해 에코시스템(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존 레스토랑이 월 구독료를 내면 전 세계 유명 셰프 요리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레시피를 제공하는 셰프들은 출근하지 않아도 저작권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복안을 꺼내놨다.
이어서 그는 “확보한 데이터 기반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식재료를 공급하는 등의 여러 비즈니스로도 확장한다”며 “2년 내 비욘드허니컴의 플랫폼을 활용해 하루 10만개 음식이 판매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