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에 분통 “집값 떨어졌는데 왜…항의해도 안 들어줘”

by김미영 기자
2020.04.28 15:25:23

국토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의 신청 역대 최대급…수용률은 2.4%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뉴스에서도 집값 떨어지고 있다고만 하는데 왜 세금은 더 내야 하나. 작년에도 항의해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올해도 그럴 것 같아 아예 관뒀다.”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에 살고 있는 C모씨는 올해 공시가격을 확인하곤 한숨부터 쉬었다. 20억원대를 호가하던 아파트가 17억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공시가격은 작년에 이어 다시 적잖이 올랐다. C씨는 “작년에 공시가 9억원이 넘더니 올해는 12억원이 넘어 깜짝 놀랐다. 종부세율 구간이 바뀌면서 세금이 더 크게 늘어날 판”이라고 했다.

지난달 잠실 리센츠를 비롯한 강남권 아파트단지에선 입주자 까페를 중심으로 공시가격 이의 신청을 서로 독려했다. 이 결과 집단민원을 제출한 단지는 작년 115곳에서 올해 172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제기된 이의 신청(총 3만7410건)에도 불구, 정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조정한 건수는 2만8447건으로 수용률이 2.4%에 불과하다. 특히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주택에서 2만778건의 하향 요구가 쏟아졌지만 수용된 건 4683건뿐이었다. 9억원 미만 주택에선 하향 요구가 7500건 수준이었으나 실제론 1만6449건이 하향 조정됐다. 강남구 한 주민은 “집 한 채 가졌을 뿐인데 정부는 부자라고 딱지 붙이고 차별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신청은 다음달 29일까지 가능해, 공시가격이 2년 연속 두자릿수 오른 서울을 중심으로 하향 요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와 해당 공동주택이 소재한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다음달 29일까지 열람할 수 있다. 공시가격에 이의가 있는 경우 이의신청서를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에서 온라인 제출하거나 국토교통부, 시·군·구청(민원실) 또는 한국감정원에 우편·팩스 또는 직접 방문해 제출하면 된다. 접수된 이의신청 건에 대해선 국토부의 재조사 후 6월29일까지 결과를 회신 받을 수 있다.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에 조세저항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엔 ‘2020년 공시가격 인상안의 전면 철회’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르기도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자 결정 등의 복지행정과 재건축 부담금 산정 등 다양한 행정 분야에 활용되는 만큼 부동산 자산비중이 큰 고령 은퇴자는 준조세를 포함한 과세부담 체감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조세반발 심리가 거세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