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2주년, 北비핵화 '시계제로'…변수 3가지는?

by하지나 기자
2020.04.27 14:27:06

하노이 노딜 이후 협상 표류…北 독자노선 등 장기전 돌입
文정부, 북미협상 교착에 총선 승리…대북정책 가속화
코로나19 불구 北반응 미온적…김정은 신변이상설도 불거져
美대선 여전히 변수…북미 상황관리 집중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 교환한 뒤 서로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남북 공동선언을 한 지 2년이 흘렀지만 한반도 비핵화 시계는 멈춰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북미관계도 소강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미국은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협상 전망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회담에서 아무런 성과없이 마무리된 이후 북핵협상은 교착 상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았지만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이 이뤄졌지만 북한이 돌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북미간 입장차는 여전했다. 북한은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성의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여전히 선(先) 대북제재조치 철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북미 협상 교착상태가 장기화되자 북한은 올해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자력갱생 등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대내외적으로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 역시 대선을 앞두고 무리한 협상 추진으로 판을 깨트리는 대신 북한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인 군사 도발을 하고 있으며, 북미는 친서를 교환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첫 번째는 한국 정부의 공격적인 대북정책이다. 비핵화 협상의 주축을 이뤘던 북미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자 그동안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대북정책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 이후 거여(巨與) 구도 속에서 대북정책은 속도감 있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의 수용 여부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인도적 지원 확대 및 방역 협력 사업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결국 북한에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느냐가 문제”라면서 “개별관광 정도 수준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소식통 역시 “북한의 국제사회 요청 규모도 미미하고 일부 민간단체를 통해 제공되고 있는 물자 지원에도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특이동향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일, 한미간 연합공중 훈련이 이뤄졌음에도 북한에서 아무런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면서 “특히 미일 훈련에서는 북한에 위협적인 B1-B 폭격기까지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 대선이 끝나는 11월 이후에나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과거 경험적 사례를 비춰봤을 때 대선 때는 획기적인 진전이 없었다”면서 “북한과 미국 모두 상황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