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성장세에 재활용 시장도 '격전지'

by함정선 기자
2022.12.22 18:15:00

폐배터리 시장, 2040년 66조원까지 급성장 전망
LG화학부터 SK이노, 포스코 이르기까지
기업들 투자 이어지며 재활용 공장 세워 시장 진입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전기차 이차전지(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세를 나타내자 폐배터리 재활용에 기업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 대비 부족한 원자재와 탄소중립 가속화 등을 고려할 때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도 폭발적인 성장세가 담보됐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그간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는 대부분 중국 기업들이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으로,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 통과와 유럽이 준비하고 있는 원자재법(RMA) 등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이 빠르게 움직여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선점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1세대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이 다하기 시작하며 시장이 형성,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NE리서치는 폐배터리 시장규모가 2030년 6조원에서 2040년 66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50년 최대 600조원까지 급증하리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국내에서는 배터리 제조사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사와 종합상사까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며 관련 산업이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화학사들은 석유 관련 수요위축에 미래 신사업으로 배터리 소재사업을 선정하고 폐배터리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LG그룹에서는 LG화학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IRA 통과 전 북미 최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인 ‘라이-사이클’에 600억원을 투자해 시장 선점에 나섰고 재영텍과 240억원 규모 지분투자 계약을 맺고 내년 말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재영텍은 경북 구미 소재 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 기업으로 이차전지 업체가 쓰고 남은 리튬 폐기물(스크랩)이나 다 쓴 전지에서 고순도의 리튬을 뽑아내는 기술력을 갖췄으며, 두 회사는 북미에 공급망을 확보한 업체와 협력해 사업을 고도화해나갈 방침이다.

SK그룹도 SK이노베이션이 그간 개발해온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돌입한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성일하이텍과 업무협약을 맺고 내년 중 폐배터리 금속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합작법인은 SK이노베이션이 독자 개발한 수산화리튬 회수기술과 성일하이텍이 보유한 니켈·코발트·망간 회수기술을 결합해 사업을 전개할 계획으로, 우선 첫 번째 공장은 2025년 한국에 설립할 계획이다. 이후 미국과 유럽에 해외 공장을 차례로 증설할 전략이다.



성일하이텍은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습식제련 공장을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 내 코발트와 니켈 등 원자재를 회수하고 있다. 특히 성일하이텍은 SK이노베이션 외에도 포스코, 삼성물산 등과도 협력하고 있는 업체다.

포스코 그룹은 성일하이텍 등 협력사와 국내와 유럽 등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철강 외 배터리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경기침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분야다.

지난 8월에는 폴란드에 리튬과 니켈 등 소재를 추출하는 배터리 리사이크링 공장을 준공했고 10월에는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1200억원을 투자해 리사이크링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이 공장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스크랩을 파쇄한 검은색 분말인 ‘블랙파우더’에서 역시 리튬과 니켈 등 원재료를 추출하게 된다. 포스코그룹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 말 유럽 폐배터리 스크랩을 블랙파우더로 가공하는 법인을 폴란드에 설립했고 지난 5월에는 광물을 정제하는 기술을 보유한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이차전지 소재 추출 공정을 맡는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세웠다.

(자료=삼정KPMG)
이와 함께 영풍과 아이에스동서 등도 폐배터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영풍은 최근 석포제련소에서 건식응용 배터리 리사이클링 파일럿 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돌입, 폐배터리 처리 사업을 시작했으며 아이에스동서는 충북 청주시에 25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설립하기로 했다.

한편에서는 앞으로 전기차가 늘어나고 회수하는 폐배터리도 늘어나는 만큼 현재 각 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희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폐배터리의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한편 자동화된 회수 인프라 구축과 세제 지원 등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중심의 기업 간 협력이 확대되고 있으나 장기적 경제적 관점에서 재활용 신기술에 대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