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민 기자
2022.10.13 17:27:40
컨선 운임지수 22개월만 최저...2000선 붕괴
물동량 줄며 하반기엔 1000 초반대도 전망
“글로벌 인플레·고금리에 소비시장 위축 탓”
해운업 불황, HMM 매각에 적잖은 영향끼칠 듯
[이데일리 박민 기자] 경기 선행지표로 통하는 해상 운임의 하락이 계속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단기 운임 수준을 측정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초만 해도 항만 적체 여파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지만, 최근 급격한 물동량 감소로 한 달새 40%나 빠지면서 2000선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해운업계는 전통적 성수기로 일컫는 3분기에도 해상 운임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해운 업황은 물론 경기 침체의 본격적 징후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011200)의 하반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지면서 최대주주인 KBD산업은행의 보유 지분 매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 운임을 종합한 SCFI는 지난달 30일 기준 1922.95를 기록,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SCFI가 2000선 아래로 밀린 것은 지난 2020년 11월 20일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이달 들어 SCFI는 중국이 국경절 관계로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올해 초만 해도 SCFI는 선박 수요 폭증으로 해상 운임이 치솟으면서 1월에 사상 최초로 5100선(5109.60)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다 수요가 점차 줄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특히 6월 중순부터 16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한 달 새 40% 가까이 지수가 빠졌다.
소비재를 포함한 완제품을 운반하는 데 쓰이는 컨테이너선의 운임지수는 해운업황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지만, 세계 경제를 선행적으로 알려주는 경기선행지표이기도 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여파로 인한 경기 둔화로 소비 시장이 크게 움츠러들면서 운임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통적으로 3분기는 추수감사절·블랙프라이데이·크리스마스 등을 앞두고 화주들이 주문량을 늘리는 해운업계 성수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화주들이 인플레이션 등으로 수요가 줄 것을 예상하고 주문량을 줄이면서 운임이 이처럼 급격하게 꺾이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주요 노선인 미주와 유럽 항로 운임이 연중 최저치를 찍으며 종합 운임의 하락을 이끌었다”며 “코로나19로 급등했던 운임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측면도 있지만 세계 경제침체와 이에 따른 물동량 감소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 둔화로 인한 미국행 컨테이너선 운항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던 컨테이너선 60여편의 운항이 임시 결항(블랭크 세일링)됐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대규모 재고 증가, 소비 둔화로 교역량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뿐 아니라 철광석·석탄·곡물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 운임도 하락세다. 벌크선 운임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이달 12일 기준 1873를 기록하면서 올해 5월 연고점 3369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빠졌다. BDI하락은 주력 화물인 철강 물동량의 중국발(發) 수요 부진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곡물 운송량 감소 영향이 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및 소비 위축으로 물동량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컨테이너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해 4분기에는 SCFI가 1000까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해운 운임의 연착륙은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