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항 기준 담은 'UAM법' 시급…여객·화물운송 업계도 설득해야(종합)
by하지나 기자
2022.09.19 18:04:30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 풀어야할 숙제는
자율주행차·로봇배송 등 기존업계 타격
일자리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 필수
기존 항공법으로는 UAM 운영 불가능
적합한 정의·기준 등 반영한 법 필요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정부가 올해 말 세계 세 번째로 부분자율주행 상용화, 2027년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 2024년까지 자동차보험과 운영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어 2025년에는 세계 최초로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에 나선다. 내년 초 2단계 실증사업을 위한 노선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모빌리티 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모색하겠다며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모빌리티 혁신 경쟁이 치열한데다 누가 먼저 시장 선점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 신산업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당장 기존 여객·화물운송 서비스 업계와의 갈등이 불거지는 등 실제 우리 생활에서 상용화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서다. 아울러 기술적인 난관과 사고방지를 위한 안전 기준 등도 이전에 없었던 형태인 만큼 새로운 정의와 기준 마련에 더욱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정부가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은 자율차, UAM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제도 마련과 실증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국토부는 지난 6월30일부터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하헌구 인하대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민간 업계 전문가 27인이 참여하는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운영했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했던 정책은 민간의 변화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기업의 실증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이를 염두에 둔 조처였다.
국토부는 2027년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뿐만 아니라 2025년에는 도심 지역을 항공 운행으로 이동할 수 있는 UAM서비스도 최초로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 전남 고흥에서 기체와 통신체계 안전성 등을 우선 확인하는 1단계 실증사업을 거친 뒤 2024년부터는 실제 서비스 여건과 비슷한 도심지에서 공항 등과 연계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국토부는 내년 초 2단계 실증 노선을 확정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UAM 상용화를 위한 법 제도 기반도 마련한다. 현재 기본계획 수립, 산업현황 조사, 인력 양성 등을 담은 UAM법이 입법 발의된 상태다. 내년 상반기까지 UAM인증을 위한 기술 기준 등 안전성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2025년까지 도심형·관광형·광역형 등 다양한 서비스 유형에 대해 사업자 요건, 운수권 배분, 보험제도 등도 수립할 예정이다.
이어 정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로봇·드론 등을 통한 무인 배송도 활성화한다. 현재 화물차·이륜차로 제한한 배송 수단을 로봇·드론까지 확대하고 도로교통법상 배송 로봇을 ‘차’로 분류해 보도 통행을 할 수 없도록 한 법적 정의를 바꿔 배송 로봇을 ‘보행자’ 정의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한 자율주행 화물 운송 상용화에 대비해 2024년까지 화물 운송 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한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국토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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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농어촌 지역 등으로 제한된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서비스를 신도시, 심야시간대 등으로 확대한다. 기존 대중교통 서비스도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 중간 정차지를 추가하고 이용자가 많은 정차지에서 운행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모빌리티 데이터 통합 관리와 민간 개방을 통해 민간 주도의 MaaS(Mobility as a Service) 활성화를 지원하고 공공 주도의 선도사업도 추진한다. 2024년부터는 철도 운영 정보와 지역 대중교통, 여행·숙박 정보를 연계해 통합 예약·발권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추진한다.
이번 정부의 로드맵을 두고 전문가들은 목표 실현을 위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율주행차와 로봇·드론을 활용한 무인배송 등이 활성화하면 기존 여객·화물운송업계의 거센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4년까지 여객 화물 운송 사업에 대한 전면적 제도 개편을 하면서 일자리 대책까지 같이 포함해서 함께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국토부의 설명대로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로드맵이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법안 마련도 시급하다. 완전자율주행차에 대한 안전기준, 보험·운행 제도나 UAM법 제정 등이 대표적이다. 한재현 한국교통연구원 항공안전·UAM연구팀장은 “UAM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기존 항공법을 지키면서 UAM을 운용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섣부르게 기술 기준을 정하면 산업을 촉진하는 게 아니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가 쌓인 뒤 이를 가지고 기술 수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환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를 확산하려면 결국 기술력뿐만 아니라 이를 사람들이 얼마나 신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며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