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룰 브레이커론'·경계현 '야구론'…삼성전자 투톱 소통행보
by최영지 기자
2021.12.15 17:03:50
'코뿔소' 한종희, 취임 일성…'원 삼성' 목소리
'소통王' 경계현, 매주 수요일 소통 정례화하기로
"실수하더라도, 공세게 던지고 잡아야"…포용성
JY '뉴삼성' 의지 사내 안착 위한 행보로 분석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야구공을 던질 때 실수를 고려하면 세게 못 던지는데,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수하더라도 과감하게 일하는 모습이 포용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삼성전자(005930) 경계현 신임 DS(반도체) 부문장(사장)이 15일 취임 이후 첫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임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 중 일부다. 경 사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소신을 갖고 일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연일 ‘소통의 달인’이라는 별명에 어긋나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DX(Device eXperience) 부문장인 한종희 신임 부회장도 이날 ‘원삼성’과 ‘룰 브레이커’를 화두로 한 사내 첫 메시지를 던졌다. 사업부와 제품 간 벽을 허물어 시너지를 내는 한편, 현장과 시대에 뒤떨어지는 기존 관행을 과감히 바꾸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투톱’이 공통적으로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독려하고 있는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삼성’ 의지를 사내에 안착시키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 한종희 신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왼쪽)과 경계현 신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오른쪽)(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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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내 방송을 통해 간담회를 진행한 경 사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골자로 한 자신의 경영철학을 가감 없이 얘기했다. 직원들의 다양성과 형평성을 존중해야 한다고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반복적이었던 보고 절차 및 회의 방식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하자”며 “익숙한 것으로부터 결별하고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경 사장은 또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보자고도 했다. 그는 “상호신뢰와 존중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보자”며 “원래 자신의 모습을 동료에게 보여줘도 ‘심리적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실패할 자유가 중요하다며 이른바 ‘야구론’을 역설했다. 그는 “에러가 나더라도 공을 세게 던져서 잡는 연습을 해야 한다”며 “실수하거나, 서로 다른 생각들이 있어도 통합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 사장은 또 “회사 성장도 중요하지만, 직원 누구나 일하고 싶은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평가를 통해 인정받고 성장해야 하며, 이런 평가를 공정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가 서로 존중하기 위해서는 존댓말을 사용하자고도 말했다. 절대평가와 동료 리뷰 도입 등을 담고 있는 인사제도 혁신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경 사장은 간담회 이후 직원들의 질문을 확인하며 답하는 시간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경 사장의 소통 방식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궁금했던 점을 정확하게 답변했을 뿐 아니라 “내 말이 틀릴 수도 있다”는 발언에서 겸손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 사장은 삼성전기 사장 시절부터 직원들과 늘 소통하는 리더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매주 목요일 직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프로그램인 ‘썰스데이 토크’(썰톡)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삼성전자에서도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직원들과 썰톡과 비슷한 형식의 주기적인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원삼성’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 인사말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DX부문은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회사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원삼성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신설한 ‘고객경험·멀티기기경험(CX-MDE) 센터’도 언급했다. 그는 “고객의 삶의 가치를 높이고 그 삶의 여정에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큰 목표가 돼야 한다”며 “특히 우리가 보유한 다양한 디바이스의 장점을 활용해 삼성의 디바이스를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고객이 느끼는 일상의 가치와 경험이 더 풍부해질 수 있도록 CX-MDE 체감 혁신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 부회장은 CX-MDE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MDE 협의회’를 통해 사용자가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가전과 스마트폰 등 기기 간 연결을 통해 콘텐츠·서비스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해 왔다.
그는 DX 부문의 미래 성장을 위해 과감히 도전하자고도 주문했다. 한 부회장은 “폴더블폰, Neo QLED TV 및 초대형TV, 비스포크 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고, 웨어러블, B2B, 온라인, 서비스 사업 등 신규 성장 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자”고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로봇 사업화 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한 것을 언급하며 “미래 유망 신사업이나 디바이스 에코시스템을 확대시켜 갈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해 나가야 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룰 브레이커가 될 것을 강조했다. 한 부회장 “현장과 소통하며 실행력을 제고해 나가자”며 “현장과 시대에 뒤떨어지는 기존 관행은 과감하게 바꾸자. 룰 브레이커의 마인드를 갖고 기존에 고착화돼 온 불합리한 관행이 있다면 새로운 룰과 프로세스로 전환하도록 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