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노점상·폐업상인…'코로나 불평등'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by이소현 기자
2021.09.15 16:36:07

코로나로 매출 줄고 ''강제철거''…두 번 우는 노점상
농산물값 폭락에 판로까지 막혀…농민들 ''생존위협''
잇단 ''극단적 선택'' 자영업자…"방역지침 완화해야"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코로나19로 판로는 막히고 농산물 값도 떨어져 빚더미에 앉게 됐지만, 정작 혜택 받은 농민은 드물어요.”

김경수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령군농민회 사무국장은 1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코로나19 시대 불평등 이야기-사라진 사람들‘ 집담회에서 “각종 방역 정책과 재난지원금 혜택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코로나19 시대 불평등 이야기, 사라진 사람들’ 세미나에서 김경수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령군농민회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김 사무국장은 “소상공인이 4차까지 재난지원금을 받을 동안 대부분의 농민들은 제외됐다”며 “외국 농산물이 마구잡이로 수입되면서 농산물 가격과 농가소득은 떨어졌고, 원유값 상승으로 비료와 농약, 비닐 등 자잿값은 급격히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위해 농민들의 목숨 값인 농산물 가격만 잡고 있다”며 “소비자 물가 잡는다며 농산물값 폭락시키는 정책은 더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종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학교에 농산물을 납품하던 농민들은 등교 중지·제한으로 수확물을 판매할 판로가 사라졌다”며 “코로나 거리두기 조치로 카페나 유흥업소의 운영이 어려워지며 이곳에 과일 등을 납품하던 농민들도 어려움에 처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청 앞에서 열린 민주노련 중부지역연합 ‘중구 노점상 생존권 보장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노점상인들이 구청장과의 면담 등을 요구하며 바닥에 앉아있다. 민주노련은 중구청이 코로나 4단계 시기 대화로 해결하자는 약속과 달리 행정대집행을 통해 매대를 수거하는 등 노점상들의 목숨을 옥죄고 있다며 대화로 해결하자고 요구했다. (사진=뉴스1)
노점상들은 매출감소와 강제철거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항아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사무처장은 “코로나19 탓에 매출은 0원이고, 방역을 이유로 매대까지 뺏겨 노점상들은 뿔뿔이 흩어졌다”며 “명동, 신촌, 홍대 등 관광지에 있는 노점상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개점휴업 상태이고, 노량진 등 학원가에 있는 노점상은 대면 강의 대신 온라인 강의가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끊겨 거리를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노점은 국민지원금 정책에서도 제외됐다. 이들은 ‘세금을 안 낸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도로점용료’ 등을 지자체에 납부하고 있어 국민지원금 수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 사무처장은 “서울의 강서, 노원, 은평 등 주거지역 노점상은 국민지원금 사용처에서도 제외됐다”며 “한국표준직업분류를 보면 엄연히 노점상도 분류코드(53220)로 등록돼 있지만, 여전히 노점상은 불법이고 탈세자라는 인식 탓에 소외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노점상인들은 코로나19로 매출 하락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방역 지침 탓에 영업 중단을 요구받고 있어 생존 위기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린 중소상인·자영업자들도 나섰다. 두 달 넘게 집합금지·제한 조치가 이어지는 데 지침 완화도 손실보상도 요원한 상태인 가운데 최근 치킨집, 맥줏집, 노래연습장 등 대부분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서 극단적인 선택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호준 한국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가맹본부 본부장은 “자영업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거리두기 방역조치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골프장과 수영장의 샤워시설은 허용되고 헬스장의 샤워실은 이용할 수 없다는 방역조치는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500만~600만 규모인 자영업 계층의 몰락은 곧 사회 취약층의 몰락”이라며 “이 몰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