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머지에 빛 잃은 PLCC

by김유성 기자
2021.08.19 15:23:26

머지포인트의 최종 구상은 PLCC
제휴사 리스크에 당혹스럽게 된 국민카드
업체 검증에 대한 아쉬움 남아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2015년 현대카드와 이마트가 함께 내놓은 ‘이마트 e카드’는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의 국내 원조다. 이후 PLCC는 봇물같이 쏟아져 나왔다. 웬만한 제휴카드도 이제는 PLCC라는 이름을 달 정도다.

카드 정보 전문 사이트 ‘카드고릴라’의 고승훈 대표는 “특정 분야마다 존재감이 큰 앱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면, 당분간 PLCC 출시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PLCC는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 카드사와 브랜드 모두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통해 충성고객의 이탈을 막는다. PLCC를 쓰는 사용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정체성 하나를 드러내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배민현대카드를 갖고 있는 사용자라면, 그만큼 배달의민족 서비스에 애정을 갖고 많이 이용한다는 뜻이 된다.

다만 PLCC가 많아지면서 PLCC의 본래 취지도 흐려지기 시작했다. 몇몇 제휴 업체들이 구설에 휘말리면서 PLCC를 같이 만든 카드사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고 대표도 “지속적으로 PLCC가 카드업계를 주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가 포인트 판매를 돌연 중단한 가운데 지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몰려있다. 가입자들은 사옥 입구부터 수백미터의 줄을 서서 기다리며 환불 합의서를 쓰고 결제금액의 일부라도 돌려 받으려고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걱정은 머지포인트에서 현실이 됐다. 제휴사가 구설에 올라 PLCC를 만들기로 했던 카드사가 당혹스러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6월 머지포인트와 KB국민카드 간 PLCC 발급 업무협약(MOU) 발표 때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머지포인트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PLCC라고 하는데 머지포인트가 뭐지?”라고 되묻기도 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봤을 때 국민카드는 머지포인트라는 스타트업 결제 플랫폼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못한 꼴이 됐다. MZ세대가 많이 쓴다고 알려진 서비스라고 하지만 ‘할인율 20%’에 대해서는 분명 의심해볼 필요가 있었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이벤트 성격으로 일시적으로 할인율 20%를 적용할 수는 있겠으나, 상시적으로 이를 적용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부분”이라면서 “건전성 관리에서 깐깐한 카드사가 이런 PLCC 제휴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못 한 게 이해 안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국민카드가 머지포인트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도 PLCC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단지 운이 나빠서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