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조민 논란…‘의사 박탈’로 만족 못한다는 여론

by신하영 기자
2021.04.20 15:38:33

法 “능력 뛰어나게 보이려 허위 인턴에 표창장 위조”
불공정 분노하는 MZ세대 “고려대 입학도 취소해야”
“1심판결만으로 대입 취소하란 건 민심 치우친 주장”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산대 조사 결과에 따라 의전원 입학취소, 의사자격 박탈까지 예상되지만 이 정도로는 불공정 논란을 해소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민심은 조민 의혹에 대해 의사 박탈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정시확대추진전국학부모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사국가고시 합격을 규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민에 대한 부산대 조사 결과는 이르면 4개월 뒤인 7월께 나올 전망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학교 사례를 보면 최소 3~4개월, 길면 7~8개월 걸린다”며 “부산대가 사안의 엄중함을 알기에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가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시점은 2015학년도다. 현재 조 씨는 졸업 후 지난 1월 의사국가고시에 합격,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가 입학취소 처분을 내린다면 조 씨는 의사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다만 조 씨 측이 부산대 결정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확정 판결 때까진 의사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교육계는 부산대가 자체조사에서 조 씨의 입시자료가 허위란 사실을 확인한다면 입학취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씨가 입학한 2015학년도 모집요강은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사실이 발견되면 입학을 취소하고 졸업 후라도 학적을 말소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조 씨가 부산대 입학 시 제출한 이른바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정했다. 조 씨가 의전원 입시에서 활용한 스펙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인턴활동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체험활동 등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만약 조 씨가 동양대 총장 표창장 수상경력을 기재하지 않았다면 의전원에 합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 씨의 입시비리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정경심 동양대 교수)은 조 씨가 다른 지원자보다 성실하고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로 보이게 할 목적으로 지인들로부터 허위사실이 담긴 인턴활동 확인서를 발급받았다”며 “나중에는 조 씨가 수행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으로 표창장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하는 범행까지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야기했다”며 “입시비리 사건에 대한 엄정한 처벌 요구와 유사 사건의 형량을 감안할 때 피고인이 저지른 입시비리에 대해선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1심 재판부가 조씨의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명하면서 그의 의전원 입학 취소와 의사자격 박탈, 고려대 학부 입학 취소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불공정에 분노하는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현성(가명·30)씨는 “부산대 의전원에 이어 고려대 역시 입학취소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정해야 할 입학 절차를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씨는 이어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대부분의 청년세대들은 안타깝지만 인정한다. 때문에 절차만이라도 공정을 바라는 것”이라며 “누구든지 공정해야 할 절차를 훼손한 사람은 이에 합당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이소윤(가명·26)씨도 “누군가의 특권으로 또 다른 누군가의 간절한 기회가 박탈되지 않도록 과정과 결과 모두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에 이어 대학졸업까지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고려대 입학취소 여부는 미지수다. 앞서 고려대는 지난달 25일 조민 의혹에 대한 조치 계획을 묻는 교육부 질의에 “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 관련 규정에 따른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조 씨가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입학한 시점은 2010년이다. 고려대가 교육부 질의에 이같이 답한 이유는 당시 조 씨가 제출한 입학서류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고려대의 내부지침에 따르면 입학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는 최대 5년까지만 보관할 수 있다. 지금은 모두 폐기한 상태라는 것.

고려대도 조 씨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 결과에 따라 입학취소 문제를 다루려고 했다. 법원에 검찰의 부산대 압수수색 자료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려대는 해당 답변서에서 “본교는 검찰이 입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는 언론보도를 토대로 법원에 압수물 가환부 신청을 했다”며 “그러나 자기소개서와 제출서류 목록은 고려대에서 압수한 것이 아니어서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고 했다. 조 씨 입학 당시 제출받은 입학 자료는 보관기간이 지나 이미 폐기했기에 부산대 의전원 입시자료를 받아보려 했지만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는 의미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직장인 최경희(가명·27)씨는 “고려대 입학에 대한 정확한 증거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1심 판결만 보고 대학 입학까지 취소하는 건 너무 민심에 치우친 주장”이라며 “우리 사회에 조민과 같은 사례는 수없이 숨어있을 텐데 이를 본보기 삼아 확정 판결 전에 처벌하려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