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중동서 코로나19 급속 확산.."팬데믹 요건 부합"

by김나경 기자
2020.03.09 14:59:42

美 코로나19 확진 500명 이상..사망자 최소 21명
이탈리아 외 프랑스·독일 등 유럽 확산세 가팔라
감염병 전문가 "코로나19, ''팬데믹'' 요건에 부합"

[이데일리 김나경 인턴기자]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가 최소 21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뉴욕과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과 중동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팬데믹(pandemic) 선언을 목전에 두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시스템 사이언스·엔지니어링 센터(CSSE)에 따르면 한국시각 9일 오후 2시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554명, 사망자는 21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환자가 나온 곳은 워싱턴주로 최소 116명의 확진자와 1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특히 워싱턴주 킹카운티의 장기요양시설에서 확진자가 다수 나오면서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주의 코로나19 확산세도 가파르다. 지난 1일(현지시간)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첫 뉴욕주 확진자 발생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최소 10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욕주 뉴욕시에서는 지역 감염을 경고했다. 8일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은 “향후 2~3주 내 뉴욕시에서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며 “지역 내 감염으로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비상사태를 선포한 캘리포니아에서는 현재까지 최소 102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보건당국에서는 9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입항 예정인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의 코로나19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부의 오리건주에서는 14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오리건 주정부는 6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외에도 플로리다, 인디애나, 켄터키 등 최소 9개 주에서 비상사태 및 재난을 선언했으며 시 차원에서는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와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서 비상사태·지역 재난 상황을 공식화했다.

유럽과 중동에서도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375명으로 중국과 한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프랑스 및 독일 확진자는 각각 1209명과 1040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북부 롬바르디아주 등 15개 지역을 ‘레드존’으로 지정, 가족 만남 등 불가피한 목적 외에는 출입을 제한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전국의 영화관, 박물관 및 스키 리조트 등의 집단 문화시설을 잠정적으로 폐쇄해 확산 방지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거쳐 간 관광객과 유럽 시민들이 각지에 퍼져 나가 확산세가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중동에서는 이란 확진자가 6566명, 바레인·쿠웨이트 확진자가 각각 85명과 64명으로 집계돼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팬데믹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전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학 감염질병 정책센터 교수는 “현재 팬데믹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한다”라며 “WHO에서 왜 팬데믹 선언을 미루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데비 스리드하 에든버러대학 교수 또한 “지금의 확산 상황은 팬데믹 요건에 모두 부합한다”며 코로나19가 팬데믹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 7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7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중동 전역에 급속히 확산돼 ‘팬데믹’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제공=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