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th W페스타]김영주 장관 "여성이란 틀 깨고 '자신'을 찾아야"

by김보영 기자
2017.10.25 15:31:31

김영주 고용부 장관 W페스타 특강
농구선수에서 은행원, 정치인…차별의 연속이던 삶
''자신'' 찾으려 근성과 준비로 치열하게 싸워
여성들, 연대의식 가지고 서로를 격려·협조해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세빛섬에서 열린 ‘제6회 이데일리 W페스타(세계여성포럼 2017)’ 에피소드에서 ‘여성들이여, 여성을 넘어 나 자신을 찾아라’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여성이라는 틀을 깨고 ‘김영주’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했습니다.”

농구선수로 시작해 은행원, 4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 국회의원을 거친 뒤 첫 여성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화려한 이력을 지닌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오늘의 자신을 만들 수 있던 최고의 열쇠가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제6회 이데일리 W페스타’(WWEF 2017)의 연사로 참석한 김 장관은 “대한민국의 한 여성으로서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장관은 편견을 극복하고 주류로 올라서기 위한 자신만의 비결로 ‘근성’과 ‘준비’ 두 가지 덕목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직장 내 성차별과 성희롱, 출산의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같은 환경은 웬만한 각오와 의지, 즉 근성을 갖지 않고 이겨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와 보니 능력 있는 여성을 승진시키고 싶어도 고위직에서는 승진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매우 안타까웠다”며 “이에 이번 6급 이하 공무원 승진에서는 너무 인사고과에 얽매이지 않고 여성 승진 비율을 25.3%에서 40.8%까지 대폭 끌어올린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독립이 필수적이라고도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전세대의 여성들이 가정 내에서 폭력과 폭언, 인격적 모독을 견디며 가정을 지키려 한 것은 자식과 가족의 틀을 지키려는 의지도 물론 있었지만, 가정에서 떨어진 후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는 문제에 두려움을 갖고 있던 것도 컸을 것”이라며 “사회에 나아가 살아갈 자신감을 갖고 당당히 자아를 찾아나가려면 모든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원활히 독립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예로 들며 대한민국 여성들의 사회적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일을 하더라도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등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선입견과 차별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고 사고와 행동을 제약한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승부 근성을 가지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장관은 “제 이름 영주, 저는 ‘영등포의 주먹 영주’라고 불렸다”며 “노동조합에 있을 때는 노동부의 주먹 ‘노주’라고 불렸다. 가는 곳마다 정의로운 주먹을 쓰자는 다짐을 했다. 여성이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농구 선수 시절엔 체력적 조건에 굴하지 않고 매일 죽을 힘을 다해 서울역부터 남산 정상까지 뛰며 한계를 극복했다. 은행원으로 일하면서도 ‘운동밖에 모르는’ 농구선수 출신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라는 장벽에 직면해야 했지만 열심히 일해 은행장상을 받기도 했다”며 “17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의원으로 활동할 때도 보좌관들과 날밤을 새며 자료를 분석하고 현장을 누볐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비례 대표로 국회에 입문한 때를 꼽았다. 김 장관은 “여성과 학계, 시민단체, 지역적으로도 어떤 연고가 없었음에도 당선됐다”며 “그 때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최고의 순간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달려와 지금의 자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남이 나를 사랑해주겠나,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자신을 사랑하라고 이야기드리고 싶다”며 “그리고 사회와, 나 자신과 치열히 싸워야 한다. 그 외로운 싸움에서 이기려면 여성들이 ‘우리’라는 연대 의식을 갖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격려하고 협조해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공공부문 유리천장 혁파와 동시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여성 고용비율과 관리자 비율을 제고하도록 유도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제도’를 차별 없는 여성 일자리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