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산업부 "고준위방폐장 '직권지정' 최대한 피할 것"

by최훈길 기자
2016.05.25 18:27:18

"직권 처리 가능하지만 최대한 지역 의사 존중"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고준위(고농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방폐장)에 대한 부지 선정에 대해 “정부가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놓은 부분은 있다”면서도 “그런 방식은 최대한 피하겠다”고 말했다.

채희봉 실장은 25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주민 수용성, 소통, 안전성 확보를 위한 부지조사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최대한 지역 의사를 존중하면서 부지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채 실장은 “이번 기본계획안은 로드맵을 최초로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회에서) 법적 부분이 정리가 되고 기본 계획이 확정되면 최선을 다해 차질 없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고준위 방폐장의 부지 선정을 2028년까지 완료하는 내용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26일부터 내달 17일까지 행정예고를 한다고 이날 밝혔다.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 가동하기로 했다.

고준위 방폐장은 다량의 고농도 방사능(4000Bq/g)을 방출하는 사용후핵연료 등의 폐기물을 보관하는 곳으로 1만년 이상의 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경주 방폐장 등의 중·저준위 폐기물 관리기간인 100~300년보다 최대 100배나 긴 기간이다. 고준위 방폐장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정한 곳은 현재까지 핀란드, 스웨덴 등 2곳에 불과하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출처=산업부)
-권고안(4년)보다 부지 선정 기간(12년)을 길게 잡은 이유는?

△이렇게 길게 잡은 이유는 부지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주민 수용성, 소통, 안전성 확보를 위한 부지조사 이런 부분들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249차 원자력위원회에서 의결한 2016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짓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런 중간저장시설을 짓는 부분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번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마련되는 만큼 이러한 기본계획에 따라서 앞으로 중간저장시설, 그다음에 연구·처분시설을 체계적으로, 중장기적으로 국민소통을 통해서 차질 없이 짓도록 하겠다.

-고준위 방폐장에 공모하려는 지자체가 있을지? 없으면 대안은?

△기본적으로 공모 방식을 통해서 최대한 노력을 할 예정이다.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놓은 부분은 있다. 다만 그런 방식은 최대한 피하겠다.

-부지선정 이후 보상 절차는 어떻게?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할 전문기관 설치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지원의 내용 부분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부지선정을 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를 둘 예정이고, 그런 논의를 거쳐서 지역에 필요한 지원 정책 등을 확정해 나갈 예정이다. 어떤 식으로 관리할지는 추후에 정하겠다.



-부지 선정과 관련해 현 정부에서 어느 단계까지 가게 되는가?

△국회에 법률 제정 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그 절차들이 완료돼야 한다. 그 절차 이후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서 진행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의 규모는?

△중간저장시설의 경우에는 지상에 있는 건식저장시설 형태로 건설될 가능성이 크다. 영구처분시설은 지하에 약 500m~1km 정도의 땅을 파서 영구처분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최종적인 부지 규모는 나중에 확정할 계획이다.

-영구처분시설 건설 기간이 7년씩이나 단축된다. 안전하게 건설을 할 수 있나?

△지난번 공론화위원회의 권고 내용을 바탕으로 건설, 시설, 부지 전문가 약 50명이 추가적인 검토를 했다. 부지확보 절차에 있어서는 ‘약 8년 정도의 추가적인 기간을 통해 충분한 소통을 통해서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구처분시설 건설을 단축하는 부분과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이 ‘24년이면 충분히 건설이 가능하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부지 선정하는데 12년을 예상했다. 해외는 얼마나 걸렸나?

△(정동희 원전산업정책관) 핀란드는 19년(1983~2001년), 스웨덴은 23년(1987~2009년) 걸렸다. 핀란드, 스웨덴은 최초로 진행하면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우리는 선진국의 노력을 기반으로 가는 것이어서 부지선정 기간이 짧아졌다.

-국제공동저장 시설 논의는 어떻게?

△해외 처분 관련해서는 해당 국가의 정책, 정치적 수용성이 가장 중요하다. 호주 정부, 주정부 입장이 정해지고 나서 가능성 탐색이 있을 것이다.

-로드맵 중간 중간에 명확하게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부지를 선정하는 기간 중에 정권이 세 번 바뀌면서 1~2년씩 늦어질 수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특정 시기를 못 박고 성급하게 추진하면 주민들과의 의사소통, 검증이 다소 소홀해진다. 최종적인 영구처분시설 건설 일정은 차질없이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 그 일정 중간에는 유연성을 가지고 주민들과 소통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검증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관련해 ‘정부가 할 일을 하지않고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히 많았다. 이번 기본계획안은 로드맵을 최초로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적 부분이 정리가 되고 기본 계획이 확정되면 최선을 다해 차질 없이 절차를 진행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