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럼]스톡옵션, 가시가 많은 장미

by김대웅 기자
2014.02.12 20:03:32

[김원식 코스닥협회 부회장] 장미는 아름다움의 대명사다. 하지만 자칫 아름다움에 취해 섣불리 손을 뻗었다가는 날카로운 가시에 찔릴 수도 있다. 최근 코스닥협회에서 조사한 코스닥상장법인들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관련 통계를 보면서 ‘장미’가 연상됐다.

주식매수선택권은 회사의 설립과 경영 및 기술혁신 등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의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고, 임직원들에게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 만큼 그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된다.

성장성과 발전 잠재력이 큰 벤처기업이나 중소 규모의 상장기업들에게 주식매수선택권제도는 아름다운 장미와 같다. 실제로 지난 2013년 한해 동안 코스닥상장법인 995개사 중 95개사가 108건의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신고를 했다. 매우 활발하게 운용되는 듯하지만 사실은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한 법인은 16개, 공시 건수는 20개가 감소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뭘까. 무엇보다 최근 수년간 500선 근처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주식매수선택권은 일정한 기간 동안 재직해야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미래가치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현재의 시장상황만 탓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주식매수선택권이란 제도에 숨어 있는 가시는 무엇인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세율’의 문제다.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로 인해 취득한 이익은 근로소득에 포함되어 최고 세율이 41.8%에 이른다. 복권에 당첨된 경우(22%)보다도 세율이 높다. 주식매수선택권을 통해 큰 소득을 올리는 경우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하겠지만, 일종의 불로소득인 복권보다도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두 번째는 ‘과세 시기’다. 현행 세법에 의하면 주식을 처분할 때가 아닌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때 과세가 된다. 세율도 높은 데다 행사시점에 곧바로 이익이 실현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행사와 함께 주식을 바로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세법개정을 통해 세율 및 과세시기를 조정하며 두가지 ‘가시’에 대해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율도 양도차익으로 과세하여 11%로 낮추고, 과세 시기도 행사자 본인이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때와 매각할 때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발표했다.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조치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적용 대상이 비상장 벤처기업으로만 국한된 점이다. 모든 장미가 아니라 빨간 장미만 가시를 빼준 격으로, 비슷한 처지의 중소 벤처 코스닥상장법인들은 여전히 주식매수선택권을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할 처지다.

주식매수선택권은 열심히 일한 노력의 대가로 회사와 임직원에게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제도이지, 그저 대박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장미는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 가시를 숨기고 있는 것이겠지만, 주식매수선택권이 이렇게 많은 가시를 곳곳에 두며 아름다움을 숨길 필요는 없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과감히 개선해 아름다움이 빛날 수 있도록 관계당국에서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