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에서 살던 원숭이들이 땅으로 내려오는 이유는?

by이성민 기자
2022.10.11 16:49:26

천적 노출 위험에도 더위 피해 땅으로
온난화·산림파괴 때문…"생태학적 문제 유발할 수도"

[이데일리 이성민 인턴기자]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산림파괴로 원숭이들의 주 서식지가 나무에서 땅으로 바뀌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100여명의 과학자들이 약 15만시간 동안 마다가스카르와 중남미 지역의 원숭이들의 관찰한 결과를 소개하며, 이 지역의 원숭이들이 서식지를 땅으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마다가스카르 고유종인 여우원숭이.(사진= AFP통신)




연구에 참여한 샌디에이고 야생동물 협회 소속 팀 에플리 박사는 “원숭이들은 땅 위를 돌아다닐 수 있고 잡식성이라 나무 아래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면서도 “긴 수명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앤드류 버나드씨도 “땅바닥은 원숭이들이 생존하기에 혹독한 환경”이라며 “개체수는 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땅에서는 상대적으로 천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고 먹이를 구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서식지 보존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만다 코르스텐스 영국 본머스 대학 행동생태학과 교수는 “원숭이들이 나무 아래로 내려오는 등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긴 하지만 인간에 의해 강요된 선택”이라며 숲 서식지 보존에 목소리를 높였다. 에플리 박사도 “원숭이가 땅에서 살게 되면 나무의 씨앗을 널리 퍼트리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심각한 생태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장류가 나무에서 땅으로 서식지를 바꾸는 일은 자주 관찰되는 진화적 전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영장류들은 이미 수 백만년 전에 땅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적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애플리 박사는 마다가스카르와 중남미 지역에서 원숭이의 서식지 변화가 인위적이며 속도도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