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 때문에 싸움난 이웃사촌…충청권·전북도간 용담댐 물 배분 분쟁

by박진환 기자
2021.05.10 17:30:24

충청권 4개 시·도, 금강물관리委에 용담댐 공급 재조정 건의
용담댐물 178만t중 충청권 75만t·전북 103만t 조정 올해 만료
충청 "인구반영 추가 배분"…전북 "지역 물 부족 수용 불가"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관계자들이 4월 22일 충남도청사에서 ‘충청권 수자원 상생협의회’를 열고, 용담댐 물 합리적 배분을 위한 공동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금강 상류에 있는 용담댐 물 사용을 놓고, 충청권 4개 시·도와 전북도간 분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용담댐 물 사용에 대한 재배정 시기가 도래하면서 충청권 지자체들은 “인구 증가와 산업계 수요 등을 고려” 추가 배분을, 전북도는 “당초 건립 취지를 살리고, 향후 수요를 고려할 때 100% 지역에서 사용해야 한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 진안군 안천면에 위치한 용담댐이 방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0일 한국수자원공사와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전북도 등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시·도는 최근 국가물관리위원회 소속 금강물관리위원회에 용담댐 물 공급량의 재조정을 건의했다. 용담댐은 충청권 지자체와 전북도가 20년간 한시적으로 체결한 물 배분 계획이 올해로 만료, 연내 재조정해야 한다.

전북 진안군에 위치한 용담댐은 1990년 착공, 2001년 10월 준공됐다. 용담댐의 하루 평균 물 공급량은 178만t으로 1991년 댐 기본계획을 수립 당시 전북에 135만t, 충청권에 43만t을 공급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전북에 너무 많은 물이 공급된다는 반발이 거세지자 당시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한 뒤 용역을 진행, 그 결과를 토대로 2002~2021년 20년간 한시적으로 충청권에 75만t, 전북에 103만t을 공급하는 것으로 조정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이 조정안이 올해 끝난다는 점이다. 재조정 시기가 도래하자 충청권은 인구와 산업계 수요 등을 고려해 추가 배분을 요구하는 반면 전북은 1991년 수립한 기본계획과 향후 개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충청권에 물을 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선 충청권 지자체들은 1991년 만든 용담댐 활용 기본계획의 오류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용담댐 기본계획에는 2021년 전북 인구를 389만명으로 과대 계상했다가 275만명으로 낮췄다. 이후 전북의 인구는 오히려 감소, 현재 전북 인구는 179만명으로 계획보다 100만명 가량 더 적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담댐 건설로 그간 대청댐으로 유입됐던 물의 양이 하루 평균 57만t이 줄었다”면서 “세종시 인구 급증과 충남과 충북의 산업단지 확대 등으로 물 수요가 급증하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75만t에 57만t의 추가 배분이 적정하다”고 강조했다.

충청권 지자체들이 용담댐 물의 추가 배분을 요구하고 있는 근거는 인구 통계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통계 추세를 보면 전북 인구는 2045년이면 160만명으로 감소하는 반면 충청권 4개 시·도는 현재 550만명에서 57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현재 전북에서 용담댐에서 공급되는 물도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추가 배분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전북은 댐 기본계획 당시 설정한 135만t의 물을 모두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역의 장래 잠재용수를 고려하면 배정된 135만t도 부족하다”며 “용수를 공급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선제적으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사용량은 적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북도는 용담댐 건설 목적에 따라 도내 산업단지에서 필요한 공업용수를 용담댐으로 전환하고, 익산시 및 진안군 지역 생활용수 등이 공급될 시 생·공용수 42만t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새만금 개발에 따른 미래 생·공용수 공급량도 55만t으로 추정된다”면서 충청권 4개 시·도 요구에 절대 불가를 거듭 밝혔다. 이에 따라 충청권 4개 시·도와 전북도간 이견은 1차적으로 금강물관리위원회에서 조정 절차가 이뤄지며, 이 조정이 실패할 경우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물 분쟁 조정신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