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힘 있는 도지사" vs 김태호 "민주당 오만 견제해야"

by유현욱 기자
2018.05.08 14:19:41

8일 경남지사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서 맞대결
''드루킹 사건'' 질문에 김경수 "특검 당당히 받겠다"
김태호"40대 국무총리 타이틀에 욕심" 시인
초중고 무상급식 놓고 상호토론 벌이기도
대선 출마 질문엔 두 후보 모두 ''손사래''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김경수(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손을 맞잡은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경남지사 선거에서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예비후보 등록 이후 처음으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관훈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각각 ‘정권 핵심과 가까운 힘 있는 여당 후보’ ‘지지율에 취한 여당을 견제할 야당 후보’임을 강조했다.

현직 언론인들이 질문자로 나선 패널토론에서는 ‘드루킹 사건’과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에 두 후보는 진땀을 흘려야 했다.

김경수 후보에게는 패널들로부터 드루킹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경수 후보는 “필요하다면 특검이 아니라 더한 것도 당당히 받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어 드루킹 특검의 조사 범위와 관련해서도 “그 어떤 불법도 조사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불법이 확인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드루킹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불법이 포털 댓글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왜 이런 일이 생기는 지 점검해 봐야 하는 게 아닌지와 포털의 독과점 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호 후보에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책임이 거론되기도 했다. 김태호 후보는 “한때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낮은 자세를 보였다.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다가 거짓말 논란으로 낙마한 일로도 “제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40대 국무총리란 타이틀에 욕심이 나 기억도 가렸다는 것을 시인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박연차씨와)의도된 개인적인 만남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남북정상회담과 이로 인해 도출된 판문점합의 국회 비준 문제도 다뤄졌다.

김태호 후보는 판문점합의 국회 비준에 대해선 “헌법에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남북경제협력 과정에) 혈세가 들어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며 “야당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검증절차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국회에서 논의하면서 초당적으로 협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경수 후보는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했으니 판문점합의 비준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처리 문제에 야당이 손뼉을 맞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한 이후 북한은 양면을 가지고 있다”며 “10·4 선언은 정권이 바뀌자마자 유아무야 됐다. 국회에서 반드시 비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 토론에서는 김태호 후보의 무상급식과 관련한 입장을 놓고 김경수 후보가 칼날 검증에 나섰다. 이에 앞서 김태호 후보는 무상급식과 관련한 공통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보수·진보 논리가 아니라 교육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과거에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지만 고민 끝에 생각이 바꿨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는 김태호 후보에게 홍준표 대표가 경남지사 시절 무상급식을 중단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고 김태호 후보는 “홍준표 대표의 도정을 평가하는 선거가 아니다”고 에둘렀다. 이어 김경수 후보는 김태호 후보에게 도 교육청이 부담한 급식비가 얼마인지 아느냐 묻자 김태호 후보는 “급식비는 교육비가 아니라고 구분하는 게 이상하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김경수 후보는 “홍 대표가 무상급식을 중단하면서 도 교육청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써야 하는 비용을 무상급식에 돌려쓴 금액이 1000억원에 달한다”고 몰아붙였다. 결국 김태호 후보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와 도 교육청 예산 배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반면 김태호 후보는 김경수 후보가 경남 지역 내 총생산을 묻는 질문에 “아직은…”이라고 말끝을 흐리자 “107조원 정도 된다”고 훈계하듯 말하기도 했다.

김태호 후보의 총선 불출마와 최고위원직 사퇴와 번복 등 돌출 행동도 도마에 올랐다. 김태호 후보는 “당시 제 수준이 그 정도였다. 왜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태산처럼 무거워야 하는지 그때 교훈으로 잘 새기고 있다”고 반성했다.

김경수 후보에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비서 말고 어떤 경력과 업적이 있는지도 질문이 나왔다. 김경수 후보는 “경남 지역 숙원 사업인 가야 복원 사업을 국정 과제로 만들었다. 정치인 김경수로도 충분히 그동안 많은 일 했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의 대리전’ ‘문 대통령과 홍 대표에 대한 중간평가’ 등 세간의 의미 부여를 놓고 김태호 후보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발했고 김경수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에 가까운 시기다. 일견 타당하다”고 일부 받아들였다. 이어 “과거와 미래” “낡음과 새로움”으로 선거 구도를 설명했다.

경남지사 선거 승리 이후 대권 후보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물음에 김경수 후보는 “대선 문제는 제가 질 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고 김태호 후보도 “과연 누가 이 경남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만들어 내는가가 급선무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재치있는 질문으로 장내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김경수 후보는 김태호 후보에 보수 재건을 위해 경남지사 대신 한국당 대표에 도전할 것을 깜짝 제안했다. 김태호 후보는 “너무 나간 말씀”이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김태호 후보는 답변 도중 민주당식 표현을 빌려 “경남의 미래를 위해서는 여야를 넘어서야 한다. 김경수 후보와 나는 ‘원팀’이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