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 팔아도 상장폐지 위기 ‘여전’

by김형욱 기자
2017.07.13 15:00:18

감사법인, 8월에도 지난해 결산 감사의견 내지 않기로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100여년 역사의 일본 굴지의 기업 도시바(東芝)의 사상 최악의 위기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금난을 해결하고자 추진 중인 반도체 부문(도시바메모리) 매각도 협력사와의 법정 공방 속에 지지부진한데다 감사법인이 도시바의 지난해 결산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을 내지 않으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미 내달 도쿄증권거래소 2부 강등은 확정됐다.

도시바 2016년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감사를 맡은 PwC아라타는 올 8월에도 2016년 유가증권보고서 감사의견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일본 금융청과 도시바에 전달했다고 13일 아사히신문이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7조원이 넘는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을 둘러싼 의혹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거부 이유다. 손실도 손실이지만 2015년의 일이 지난해 12월에서야 뒤늦게 드러난 것과 관련해 도시바가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은폐했을 가능성 등에 대해 조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WH의 감사를 분담하고 있는 제휴 감사법인 PwC가 주도하고 있다.



일본에서 감사법인이 감사의견을 내지 않는 건 통상 천재지변에 따른 자료의 분실이나 도산으로 감사가 아예 불가능할 때를 빼고는 없는 일이다. 도시바 같은 대기업으로선 더더욱 유례없다. 도시바는 지난해 전체 회계연도의 감사를 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같은 회계연도 3분기(2016년 10~12월) 감사의견도 받지 못했다.

관동재무국에 제출된 유가증권시장 보고서는 감사의견의 내용과 무관하게 받아들여진다. 또 감사의견이 없어도 바로 상장폐지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도시바는 이미 2015년 부정회계 문제가 발각돼 상장 유지를 위한 도쿄증권거래소의 심사를 받는 중이다. 감사의견 없는 보고서는 이 심사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도쿄증권거래소로선 이 문제가 시장 질서 유지를 훼손한다고 판단하면 도시바 상장을 폐지할 수밖에 없다. PwC아라타도 난감한 상황이다. 결산이 올발라졌는지에 대한 의견을 투자자에 대한 설명 없이 오랜 기간 끌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적정이든 부적정이든 의견을 내주기를 바란다.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면 빨리 정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