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여야, 너도나도 특권 폐지...용두사미 안돼야

by김영환 기자
2016.06.30 16:16:27

서영교에 쏟아지던 비난 화살..결국 자승자박된 정치권
활발한 특권 내려놓기 논의..시행 여부는 미지수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정치권에 친인척 보좌진 채용에서 촉발된 특권 내려놓기 바람이 거세다. 새누리당은 비대위에서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의원들을 조사하고 당 윤리기구에 회부해 징계를 포함한 제재를 주겠다는 안을 결정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세비를 동결하겠다는 카드도 꺼냈다.

개원 초기부터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한 더불어민주당도 서영교 더민주 의원에 대한 감찰을 마치고 난 뒤 당무감사원 차원에서 당규에 관련 규정을 넣는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느 때보다 자성의 목소리가 높지만 과거 전력에 비추어 입법 과정까지 연착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 의원 관련 의혹에 맹공을 퍼붓던 새누리당은 박인숙 의원이 5촌 조카를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김명연·이완영·박대출·강석진 의원 등이 연이어 비슷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더 궁색한 처지에 몰렸다. 특히 2년여 전에 있었던 채용 사실로 문제가 된 서 의원과 달리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다수 20대 국회에서 친인척을 채용, 사안의 심각성이 커졌다.

이에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은 30일 “사안에 따라 해당자를 조사하고 강화된 당 윤리기구에 회부하여 징계 등 제재를 받게 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자구책을 예고했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회의후 혁신비대위 비공개 브리핑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자동상정 △국회의원 세비 동결 △ 8촌 이내 친인척의 보좌관 채용금지 △ 보좌진의 국회의원 후원금 금지 등을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불체포특권 포기와 관련 “체포동의안이 72시간 이내 표결이 안되면 자동 폐기하도록 돼있지만 체포동의안 처리절차를 개선해 72시간 내 표결 안 이뤄진 경우엔 그 이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 보좌진 임용시 해당 의원 본인과 배우자의 8촌 이내 친인척 채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고 보좌진이 재직 기간에는 본인 소속 의원의 후원회에 후원금 낼 수 없게 정치자금법을 개정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새누리당은 8촌 이내 채용을 금지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행보다.

여야 3당은 특권 내려놓기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정치발전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국회의원을 보는 국민의 눈초리가 따가워진 만큼 당분간 국회에서는 의원 특권 철폐 논의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실행의지다.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지 말자는 논의는 이번 20대 국회가 처음이 아니다. 17대 국회에서 노현송 열린우리당 의원이 친인척이 보좌직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18대 국회에서도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이 같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도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박남춘·배재정 더민주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모두 폐기되고 말았다.

총론에서는 중지가 모이더라도 각론에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박명재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각 의원실로부터 시정조치 결과와 전수조사 결과를 받고 확인한 이후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하면 새롭게 구성될 윤리위를 통해 엄격하고 단호한 징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선 친인척 채용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시행 이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김영란법’을 떠올리면 여론에 떠밀려 특권 철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에 앞서 여야 의원들의 법안 흔들기가 이어질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