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플랜B는 없다"…합병 성사 '올인'(종합)

by이재호 기자
2015.06.30 18:00:00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삼성물산(000830)과의 합병을 추진 중인 제일모직(028260)이 30일 개최한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합병 성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합병 시너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주주 권익 향상에 적극 나서는 등의 투트랙 전략으로 합병 분위기 띄우기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IR 행사에 참석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경영진은 합병 비전을 제시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힘을 쏟았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제일모직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삼성물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오는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통합법인은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미래사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합병과 관련해 플랜B는 없다”고 못박았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시장 상황이 안 좋아 상사와 건설 모두 공격적인 경영을 할 여건이 못 된다”며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는 건 힘들기 때문에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기존 사업 영역의 시너지 창출과 더불어 새로운 신사업 발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각각 46%와 5%의 지분을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영 전략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등 바이오 사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판매에 돌입한다.

IR 행사에 함께 참석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양철보 상무는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미국 나스닥 상장 등을 검토 중”이라며 “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주친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조치들도 내놨다. 우선 합병법인의 배당률을 30% 수준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상장한 뒤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는 제일모직의 경우 주주들의 환영을 이끌어낼 만한 내용이다. 다만 이미 28% 이상의 배당성향을 기록 중인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합병 이후 배당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거버넌스 위원회는 특수관계인 거래, 인수합병, 주요자산 취득 및 처분 등 주주 권익에 영향을 미칠 사항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제출하게 된다. 또 CSR 위원회를 설치하고 글로벌 선진기업의 배당·자사주 정책 등 주주환원 정책 사례 등을 연구·반영하기로 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 등 합병 반대 세력의 딴지 걸기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엘리엇의 합병비율 재산정과 중간배당 실시 요구도 일축했다.

김봉영 제일모직 건설리조트부문 사장은 “합병비율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거쳐 산정된 것”이라며 “합병비율 재산정은 법적인 문제가 있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배당과 관련해 삼성물산 측 법무 대리인은 “중간배당을 하려면 합병 계약서 수정이 필요하고 어느 한 쪽 회사의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에서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단호한 입장 표명이 합병 과정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엘리엇이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 및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소송 판결은 다음달 1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의 합병 관련 보고서 발표는 2일로 각각 예정돼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날 IR로 주주들의 합병에 긍정적으로 돌아선 데 이어 법원 판결과 ISS 의견까지 삼성에 유리한 쪽으로 나올 경우 합병 작업이 순풍을 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