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10알' 먹고 제주여행한 확진자 "고의 아니었다"

by이선영 기자
2021.09.08 17:02:10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코로나19 증상에도 해열제를 먹고 제주를 여행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안산 시민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에서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7일 제주지법 민사 4단독은 제주도와 피해 업체 두곳이 안산 시민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지난해 7월 9일 소장이 접수된 지 1년 2개월여 만이다.

변덕승 제주도 법무담당관(오른쪽)이 지난해 7월 9일 제주지법에 코로나19 증상을 숨기고 여행한 안산시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주도에 따르면 앞서 A씨는 일행과 함께 지난해 6월 15일 오후 2시 50분쯤 제주에 도착해 3박 4일 간 여행을 즐긴 뒤 같은 달 18일 낮 12시 35분쯤 떠났고, 이튿날 서울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역학조사 과정에서 그가 제주에 도착한 이튿날부터 몸살과 감기 기운을 느꼈는데도 이틀에 걸쳐 해열제 10알을 복용한 채 여행을 다닌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A씨는 10여곳이 넘는 관광지와 식당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그와 접촉한 56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21개 식당 등 업체의 영업이 정지됐다.



이에 제주도와 피해업체 두 곳이 정부의 자가격리 권고 조치를 어기고 유증상 상태에서 여행을 강행한 책임을 물어 1억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는 A씨에게 고의성이 있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A씨는 이날 첫 공판에서 “당시 복용한 해열제는 수십 년간 일상적으로 복용해 온 것”이라며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측은 “A씨가 제주여행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가격리 통지서를 발급받은 상태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제주도 측에 손해에 대한 입증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10월 26일 오후 2시 30분에 2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