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방산비리…방사청, 불량품 사들여 장병들 생명 위협
by김관용 기자
2016.11.22 14:08:41
김사원 군수장비 획득 및 운용 관련 비리 기동점검
방사청 직원, 고공침투장비 구입 사업에 부당 개입
특정 업체 선정되도록 평가위원 회유, 성능 평가도 미실시
전차 화학탐지장치, 야전서 운용 불가능한 수준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방위사업청이 육군 고공침투 요원들의 산소공급 장비 등을 도입하는 사업에서 검증도 되지 않은 사실상 ‘불량품’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화생방전에서 전차 승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화학탐지장치도 야전 운용이 불가능한 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장비들이 되레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다.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군수장비 획득 및 운용 관련 비리 기동점검’ 결과에 따르면 73억원 규모의 고공침투장비 사업에서 방위사업청 직원의 부당한 개입으로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고공침투장비가 우리 군에 납품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공침투장비는 특수전부대나 항공구조대 등 공중작전을 수행하는 고공침투팀의 침투능력과 생존성 향상을 위한 것이다. 고공용 헬멧, 산소마스크, 개인용 산소실린더, 기내 산소공급장비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장비는 고공침투 요원들이 고고도에서 낮은 기압과 산소 부족 등을 견딜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해당 사업담당자는 제안서 평가위원들에게 일부 품목 납품실적과 공인 성능자료가 없어 입찰 자격 조건에 미달한 미국 A사를 기준 충족으로 평가하도록 요구했다.
또 이 사업담당자는 육군과 경쟁사가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A사가 제출한 제안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A사에 대한 계약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A사의 장비는 납품실적이 없고 성능이 공인되지 않아 실제 강하시험을 통해 작전요구성능(고고도 침투)을 충족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담당자는 상급자에게 고고도에서 강하시험을 할 것으로 보고한 뒤 실험실 내 챔버시험으로 대체하는 등 성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방사청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화학탐지장치 개발 및 전력화 사업에서 부실한 시험평가와 잘못된 설계로 불량품을 납품했다.
해당 사업은 전차 승무원을 화생방전에서 보호하기 위한 화학작용제 탐지 및 경보장치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미 21억원을 들여 K21장갑차 78대와 K2전차 16대에 장착됐다. 향후 57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K2전차 30대와 차기다련장 발사대 218대에 탑재할 예정이다.
국과연은 해당 제품을 시험평가하면서 최소 10일 간 5회 이상 습도시험을 해야함에도 2일 동안 1회만 시험했다. 탐지장치 운용시험평가 역시 3계절(춘계·추계·동계) 동안 주간 및 야간의 기상 조건에서 실시해야 했지만 여름철 2일 동안 주간에만 실시했다.
게다가 K21장갑차의 화학탐지장치는 매연 및 증기 등에 의해 오경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기흡입기가 엔진 배기구 인근 후방에 장착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탐지장치를 장착해 운용하고 있는 육군 모 사단에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매연에 의한 오경보가 12회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