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출가 후 도둑질로 외로움 달랜 50대女 구속

by이성기 기자
2016.03.10 16:38:04

백화점 등에서 지난 3년간 2000여만원 상당 물품 훔쳐

서울 성동구 김모(56·여)씨의 아파트 거실에 지난 3년간 훔친 물건들이 가득차 있다. 송파경찰서 제공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오래 전 남편과 사별하고 남매까지 출가시킨 뒤 수년간 도둑질을 하며 외로움을 달랜 50대 여성이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송파, 성동 일대의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돌아다니며 지난 3년간 진열 상품들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김모(56·여)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27차례에 걸쳐 24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20여년 전 남편을 뇌출혈로 잃은 김씨는 홀로 남매를 키웠다. 먼저 결혼한 아들에 이어 2013년 딸까지 출가하자 바로 그 다음 달부터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김씨는 1주일에 2∼3회 사람이 많은 오후 인파가 몰리는 세일 코너에서 물건을 몰래 집어 품 속에 넣거나 미리 준비해 간 쇼핑백에 넣어 훔쳐나왔다. 주로 도난방지 태그가 없는 물품을 훔쳤고 태그가 붙어 있는 제품은 손으로 잡아 떼 몰래 계산대를 빠져나왔다.



몇 차례 절도 전과가 있던 김씨는 지하철에 무임승차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식으로 추적을 피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 또 다시 물건을 훔치러 간 백화점에서 미리 잠복하고 기다리던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125㎡ 규모의 아파트에 혼자 살던 김씨가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았지만 외로움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아파트 방과 주방, 발코니엔 포장도 채 뜯기지 않은 물품들이 담긴 쇼핑백과 상자가 빼곡히 차 있었다. 등산복 등 아웃도어 의류, 아동복뿐 아니라 잡다한 생활용품과 음식류들도 있었다. 김씨는 범행을 들킬까 봐 이웃들은 물론, 자녀들조차 절대 집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하고 나면 늘 자책하고 후회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또 다시 물건을 훔치러 백화점과 마트로 향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김씨가 주 2~3회, 400여 차례 범행했다고 진술한 만큼 압수품을 토대로 여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