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받은 먼로의 작품세계…'캐나다 체호프'

by양승준 기자
2013.10.10 22:05:49

"현대 단편소설의 대가"
섬세한 관찰력 빛나
캐나다 국적 첫 수상
여성작가로는 13번째

단편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캐나다 출신 앨리스 먼로(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2013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캐나다 여성작가 앨리스 먼로(82)였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10일(한국시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먼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먼로를 ‘현대 단편소설의 대가’로 부르며 먼로의 수상 소식을 알렸다. 먼로의 수상은 캐나나 국적작가 및 단편작가로서는 첫 수상이다. 여성 작가로는 13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먼로는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10대부터 습작을 시작했다.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열한 살이 돼서다. 1950년대부터 잡지에 글쓰기를 시작해 19세 때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펴냈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에서 언론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먼로는 1951년 결혼을 하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남편과 함께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에 정착한 뒤 1963년 서점 ‘먼로스 북스’를 열었다.



먼로가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가 이 시기다. 먼로는 서점을 운영하며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냈다. 먼로는 이 작품으로 캐나다에서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으로 꼽히는 총독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1971년 발표한 ‘소녀와 여성의 삶’이란 소설은 미국에서 드라마로까지 제작됐을 정도로 대중적인 성공까지 거뒀다. 이후 ‘목성의 달’(1982), ‘도망’(2004년) 등을 쓰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먼로는 특히 단편으로 유명하다. ‘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공공연한 비밀’ ‘떠남’ 등 10여 권의 단편집을 발표, 전 세계 13개국 언어로 번역돼 읽히고 있다. 섬세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촘촘한 스토리텔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인물의 심리 상태도 현실적으로 그린다. 일상에 덤덤하게 접근하면서도 인물들이 인생을 살아가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펼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 같은 집필 스타일 때문에 캐나다 평단에서는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를 빗대 ‘캐나다의 체호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먼로는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3번이나 받았다. 미국에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1998), ‘오 헨리 상’(2004)등을 받고 영국에서는 ‘맨부커상’(2009) 수상자로 선정되며 세계적으로도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중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속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어웨이 프롬 허’(2006)란 영화로 제작돼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최근작으로는 지난해 낸 단편 ‘디어 라이프’가 있다. ‘작가로서의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단편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먼로의 작품이 다수 소개됐다. ‘오페레타 짝사랑…그리고 슬픈연인’(1995), ‘떠남’(2006),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2007), ‘행복한 그림자의 춤’(2010) 등이 번역·출판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