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칼바람…열달 만에 1824명 짐쌌다
by이소현 기자
2024.12.03 16:45:24
연이틀 인텔·스텔란티스 CEO 사임
올해 美 기업 CEO 교체 '역대 최대'
"저조한 수익·주가 모두 CEO에 책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실적 부진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간 글로벌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칼바람을 맞고 있다. 세계 4위 다국적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CEO의 연이은 불명예 퇴임 소식이 전해지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위기 돌파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리더십 교체를 택한 기업들의 전략이 주효할지 주목된다.
| 연달아 사임을 발표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펫 겔싱어(위 가운데) 인텔 CEO와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아래 가운데) CEO(사진=로이터,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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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취업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미국 내에서 1824명의 CEO가 퇴사를 발표했다. 이는 이 회사가 2002년부터 CEO 교체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대다.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작년 같은 기간의 1530명보다 19% 증가한 수치다.
CEO들이 경질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CEO 교체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최근 기업들이 위기돌파 방안으로 ‘리더 교체’ 카드를 자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는 당초 임기가 2026년 초까지였지만, 전기차 수요 부진에 따른 경영악화로 거취 압박을 받으면서 임기 도중인 1일 전격 사임했다. 인텔의 팻 겔싱어 CEO도 2일 모바일 및 인공지능(AI) 등 시대 변화에 뒤처진 칩 전략에 서둘러 대응하지 못하면서 교체 4년 만에 퇴임이 결정됐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데이비드 칼훈 CEO도 잇단 항공기 사고로 인해 지난 8월 사임했다. 2019년 10월부터 최고경영자 자리에 있었던 칼훈 CEO는 기업 이미지 쇄신을 약속했지만 결국 품질 및 생산 문제로 임기 전에 퇴장하게 됐다.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신제품의 부재와 트렌드 대응의 실패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 10월 말 존 도나호 CEO 교체를 5년 만에 단행했다. 지난해 3월부터 스타벅스를 이끌던 랙스먼 내러시먼 전 CEO는 실적 부진을 책임지고 17개월 만에 사임했다. 스타벅스 북미 CEO였던 마이클 콘웨이 역시 6개월 만에 물러났다.
데이비드 카스 메릴랜드 대학교 재무학 교수는 “이사회가 점점 더 독립적으로 변하고 있고, 수익과 주가 모두 저조한 실적을 내자 CEO에 모든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러한 성과 압박으로 평균적으로 CEO의 재임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 CEO 퇴진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미국 내 IT 회사에서 192명 CEO가 퇴임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41명)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앤드류 챌린저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 수석 부사장은 “기업들이 정치, 경제, 기술, 규제 환경의 변화에 대비하면서 CEO들의 이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새롭게 교체된 브라이언 니콜(왼쪽부터) 스타벅스 CEO, (사진=로이터,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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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들이 CEO 교체 카드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은 최근 대내외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복잡해지면서 변화에 대처 속도가 빠른 리더십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CEO 이직을 추적하는 컨설팅업체 러셀 레이놀즈는 기업 대표들의 높은 퇴사율과 관련해 “기술 혁신, 지속 가능성, 지정학적 위기와 사회 문제 등 여러 거시적 기업 환경에서 증가하는 복잡성을 헤쳐나갈 수 있는 리더에 대한 사회적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년간 전반적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것도 기업 대표들에게는 도전 과제를 넘어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 7대 빅테크 ‘매그니피센트7’ 기업들을 포함한 몇몇 대기업들이 차별화된 성과를 내면서 실적이 부진한 기업의 이사진은 CEO에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더욱 압력을 가하고 있다.
마이클 파 하이타워 어드바이저스 수석 시장 전략가는 “다른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한 회사가 침몰하고 있다면 CEO와 이사회는 즉각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CEO가 기업 회생의 명확한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면 이사회는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계획과 힘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