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불허’ 퀴어문화축제…올해는 을지로서 ‘짠!’

by이재은 기자
2023.06.07 18:15:53

“차별행정에 안 져…저항·문화 피우겠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광장 사용 못 해
서울시 시민위, 기독교 단체 행사 허용키로
퍼레이드날 광장서 CTS문화재단 행사 열려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매년 서울광장에서 진행돼온 퀴어문화축제가 서울시의 반대에 부딪힌 가운데 오는 7월 1일 을지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 주최로 2023 제24회 퀴어축제 개최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3 제24회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을지로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광장을 포함한 서울 도심을 행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15만명이 참여하는 상황과 혐오 세력의 폭력이라는 위험 요소를 고려했다”며 “오가는 동선에 확보돼 고립되지 않으며 경사가 없는 평평한 도로인 을지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위가 추산하는 퍼레이드 참가자는 5만명 이상으로 이들은 삼일대로에서 출발해 명동역~소공로~서울광장~종각역을 지나 삼일대로로 돌아올 예정이다.

조직위는 퀴어영화제를 포함한 축제에 총 15만명이 함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위는 행진의 의미에 대해 “성소수자가 자신의 존재를 더는 숨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가장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것이기에 서울광장을 비롯한 주요 도로를 행진하는 경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 한복판에서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을 만나고자 한다”며 “차별적 행정에 맞서는 분노, 그에 지지 않는 자긍심과 사랑으로 저항과 문화를 함께 피워내겠다”고 전했다.



조직위는 반대 측과의 충돌 가능성을 두고는 “대비하기 위해 경찰과 협의 중”이라며 “안전하게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경찰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퀴퍼 서울광장 사용 불허에 분노하는 대학생 일동’이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시의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 신청 불허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지난달 3일 회의에서 6월 30일~7월 1일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한 두 개 단체의 행사 중 기독교단체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콘서트 개최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퀴어문화축제는 2015년 처음 개최된 이후로 코로나19 시기에 대면 행사가 중단됐을 때를 제외하면 올해 처음으로 서울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를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사용 신고 순위가 같을 경우 조정이 우선이지만 양측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시민위 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었다. 시민위는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콘서트의 대상을 고려해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했다.

이에 조직위는 장소를 옮겨 축제를 개최하기로 했고 1순위로 집회를 신고하기 위해 서울경찰청과 남대문·종로경찰서에서 ‘무지개 줄서기’를 진행했다. 줄서기는 89시간 동안 시민 64명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피어나라 퀴어나라’를 슬로건으로 한 올해 퀴어문화축제는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진행되며 퀴어 퍼레이드, 퀴어영화제, 레인보우 굿즈전 등 행사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