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빼돌려 85억 챙긴 '간 큰' LG디스플레이 직원, 징역 7년 '중형'

by남궁민관 기자
2020.03.12 14:43:45

LGD→LG상사→LG전자 납품되는 LCD 모듈
거짓 반품 신청에 운송업체까지 속여 15만개 빼돌려
범죄수익 유흥비 탕진하고 해외계좌 은닉까지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수년간 회사 제품 재고 등을 빼돌려 몰래 팔아 수십억을 챙긴 LG디스플레이 영업직원에게 대법원이 징역 7년의 중형을 확정했다. 해당 직원은 이같이 부당하게 챙긴 범죄 수익 중 일부는 유흥비 등으로 탕진하는가 하면, 추적이 어려운 해외계좌에 은닉하는 등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G디스플레이 직원 황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 여의도동 LG 트윈타워.(이데일리DB)


황씨는 LG디스플레이 영업팀 책임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2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43회에 걸쳐 회사가 재고로 보유한 131억여원 상당의 LCD(액정표시장치) 모듈 15만여개를 빼돌려 다른 업체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실제로 황씨가 얻은 범죄수익은 85억여원에 이른다.

황씨는 LCD 모듈을 공급·관리하는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이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파고 들었다.

해당 LCD 모듈은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해 LG상사에 판매하며, LG상사는 이를 중국 남경 창고에 보관했다가 LG전자에게 다시 판매한다. 황씨는 LG디스플레이에서 재고 및 공급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LG디스플레이나 LG전자에서 반품이나 재고를 옮겨달라는 요청이 있는 경우 LG상사에서 송장교체나 배송여부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에 황씨는 LG상사 담당자에 거짓 반품 요청을 해 중국 남경에서 부산항으로 반품 물량이 들어오면, 다시 한번 운송업체인 판토스 담당자를 속여 LG디스플레이 창고가 아닌 다른 업체로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반품 대금은 LG상사의 LG디스플레이에 대한 미수채권으로 남았다.



황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얻은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황씨는 범죄수익 85억여원을 99차례에 걸쳐 자신이 자주 출입하던 유흥업소 사장을 비롯해 지인과 친인척 등 명의의 차명계좌로 송금받았다.

특히 황씨는 범죄수익 일부를 유흥비로 탕진하고 나머지는 추적이 어려운 해외계좌로 은닉하는 등 초범이라기에는 믿기 어려운 대담함을 보였다. 범행 발각 직후에는 해외계좌가 있는 인도네시아로 도피하는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황씨는 징역 7년의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LG상사로부터 편취한 물건의 가액이 131억원을 넘는 거액이고 거래처 관련 임직원 20여명이 징계를 받는 등 손해가 크다”며 “그럼에도 황씨는 범죄수익 일부는 유흥비로 탕진하고 나머지는 해외계죄에 은닉했으며 범행이 발각되자 도주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LG상사가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사용된 돈은 전혀 없는 점 등 범행 수법, 황씨가 얻은 이익, 피해 규모, 범행 횟수와 기간,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