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표심 잡기…‘액분·이사 제한’ 추진
by김성진 기자
2024.12.23 18:26:21
이사회 의장 선임 및 소수주주 권한 강화
MBK·영풍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 수용
이사 수 최대 19명으로 제한
이사회 장악 시도 방어 목적
액면분할 추진해 유동량 확대도 추진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고려아연이 내달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주주들 표심잡기에 나섰다. 소수주주 보호 규정 신설하고 분기 배당제도를 도입하는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펼쳐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액면분할과 함께 이사 수를 제한하는 안건을 올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이사회 장악 전략을 막기 위한 절차도 추진한다.
23일 고려아연은 이사 수를 최대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추진하는 배경으로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권고하는 상장기업의 적정 이사 수가 20명이라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사의 수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이사회의 책임과 권한이 약화되고 안건 심의기능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MBK·영풍 측은 14명 이사를 추가로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사 수를 제한해 MBK·영풍의 이사회 장악을 막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사의 수가 20명을 넘는 상장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미국의 리더십 컨설팅 회사 스펜서 스튜어트 조사(2017년 기준)에 의하면 S&P 500의 이사회 규모는 최소 5명 이상, 최대 1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 정책도 대거 도입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은 지난 10일 고려아연에 대하여 소액주주 보호와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및 이를 전제로 한 집중투표를 청구했다. 이사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집중투표를 도입하는 정관변경안과 집중투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도 추가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보유 주식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갖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선임된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또 MBK·영풍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 도입도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소수주주보호 규정 신설과 분기배당 도입, 발행 주식 액면 분할 안건도 확정했다. 먼저, 소수주주보호 규정은 경영진이 단독주주 및 소수주주의 권한을 존중하도록 명시하고, 소수주주가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해 설명을 청구하는 경우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소액주주와의 소통을 늘리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또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중간배당에 더해 3월과 6월, 9월 말일을 기점으로 분기 배당을 할 수 있도록 ‘분기배당’을 새로 도입하는 안건 등 주주친화정책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소액주주연대 뿐 아니라 MBK·영풍 측도 제안했던 발행 주식의 액면분할 안도 포함됐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회사와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려아연 이사회가 숙고를 거쳐 임시주총 안건을 확정했다”며 “MBK·영풍도 이번 임시주총을 계기로 함께 회사의 미래성장과 발전을 고민하는 파트너로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