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규모정비사업 손보려던 국토부, 지자체 반대에 제동

by박종화 기자
2022.06.20 18:13:23

자율주택정비사업, 사업 간소해 난개발 우려
국토부, 정비 관리지역으로 제한 두려 했지만
"자율주택사업 고사" 지자체 반발에 한발 물러서
서울시 "소규모정비사업 활성화 필요한 단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국토교통부가 난개발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율주택정비사업 개편 방안을 고심했지만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막혀 사실상 백지화됐다. 특히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도심 공급을 노리는 서울시가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택정비사업 예시도.(자료=서울시)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자율주택사업 개선안에 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냈다. 자율주택사업은 노후 단독·다세대주택 소유자가 만장일치로 주민합의체를 구성해 주택을 개량·건설하는 정비사업이다. 기존 주택 수가 최다 36가구 미만이어야 하기 때문에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국토부가 검토한 안(案)은 사업 구역 한정이다. 현재는 정비사업 해제 구역, 지구단위계획구역,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시·도 조례로 정하는 지역 등 여러 곳에서 자율주택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이를 소규모 주택 정비 관리지역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기반시설이 함께 확충되는 곳에만 자율주택사업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국토부가 이런 강수를 둔 건 난개발 우려 때문이다. 자율주택사업은 재개발 등과 비교해 인·허가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할 뿐 아니라 이해 관계자도 적다. 같은 소규모 정비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기존 가로 구역을 유지하면서 가로망 내부 노후ㆍ불량 주거지를 정비하는 소규모 정비사업)과 비교해도 접도 요건 등이 더 느슨하다. 덕분에 빠르게 노후 주택을 정비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나홀로 아파트나 빌라 등이 난립하는 불씨 역할을 할 위험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율주택사업을 어디에서나 추진하게 되면 무분별하게 빌라촌이 양산될 우려가 있다”며 “사업 지역 자체를 제한할 것인지 다른 난개발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인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구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부동산업계 목소리다. 국토부 안대로 사업지역이 제한되면 자율주택사업이 위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 자체가 한정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소규모 주택 정비 관리지역으로 지정 고시된 곳은 8곳뿐이다. 지정 고시를 준비 중인 후보지까지 합쳐도 29곳이다.

일선 지자체에선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선 사업 지역을 제한할 게 아니라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 자칫 사업을 축소시키는 수준이 아니라 고사(枯死)시킬 수도 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이런 반발에 국토부도 한 발 물러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은 자율주택사업 활성화가 필요한 단계”라며 “국토부 안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밀고 있는 주택 정비 사업인 ‘모아주택(개별 필지를 모아 공동 재개발하는 정비사업)’만 해도 자율주택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 제도를 빌려서 추진되는데 사업 요건이 강화되면 손발이 묶이게 된다.

국토부로서도 자율주택사업 자체가 위축하는 건 부담거리다. 노후·불량 주거지역 정비할 수단으로 자율주택정비사업을 도입한 지 5년이 채 안 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자율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며 지구단위계획구역·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제한됐던 사업 구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지난해 정부가 2025년까지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83만6000가구 중 5만가구가 자율주택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국토부에서 난개발 방지 대책이 자율주택사업 규제로 해석될까 염려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난개발을 막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면 자율주택사업은 고밀로 빌라촌을 짓는 사업밖에 안 된다”며 “대규모 정비사업과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기반시설 요건을 갖추는 등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