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타격' 전문가들도 공방…"핵전쟁 촉발" vs "합법적 권한"

by김호준 기자
2022.02.23 16:40:54

세종연구소 주관 '선제타격·사드 논란 재점검' 세미나
김정섭 "선제타격 의지, 北 핵 사용 압박 느끼게 해"
신범철 "합법적 방어조치…감시자산 더 갖춰야"
사드 추가 배치 "수도권 방어 부적합 vs 다층방어용"

북한이 전날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밝혔다. 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월 30일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 사격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방과학원은 생산되는 화성-12형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효과성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선제타격으로 핵전쟁을 우리 스스로 촉발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다.” vs “과잉대응하지 않도록 감시·정찰자산을 갖추고 위협을 빠르게 해결할 무기체계를 갖춰야 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불거진 북한 ‘선제타격론’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이 팽팽히 맞섰다. 선제타격론을 두고서는 어떻게 북한의 공격 징후를 명확하게 판단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또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서는 도입 시기나 효용성 부분에서 평가를 달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돕고 있는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에서 열린 ‘선제타격·사드 논란과 북핵 대응 전략 재점검’ 세미나에서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했다는 것을 현실에서 확실히 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만약 오판이라면 먼저 선제타격을 해 우리가 막으려고 하는 핵전쟁을 우리 스스로 촉발하는 역설적인 상황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선제타격 의지를 드러내는 것 또한 억제 효과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제타격 주장이 “오히려 북한에게 유사시에 핵을 사용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소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주장한 수도권 사드 추가 배치도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는 “사드의 최저요격고도는 40㎞에 불과하다”며 “지난달 북한이 발사한 KN-23 미사일은 최고 고도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군은 지난 2016년 사드를 성주에 배치할 때도 수도권을 향해 날아오는 스커드미사일 요격이 제한된다고 인정했다”며 “우리 군은 상층 미사일방어체계인 ‘L-SAM’을 곧 개발해 전력화할 예정이지만, 사드는 구매를 결정하더라도 개념연구나 예산반영이 필요해 실전 배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23일 오전 서울 서머셋팰리스에서 세종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선제타격·사드 논란과 북핵 대응 전략 재점검’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반면 윤 후보를 돕고 있는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선제타격이 합법적인 방어조치라고 주장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에서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며 “그만큼 우리가 과잉대응하지 않도록 감시·정찰자산을 갖추고 위협을 빠른 속도로 제거할 무기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수도권 사드 추가 배치를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이 개발 중인 L-SAM은 사드보다 기술 수준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레이더 수준이나 정밀도 부분에서 L-SAM은 사드와 차원이 다르다”며 “2030년대 사드 수준의 ‘L-SAM2’를 개발한다고 하지만, 그때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사드를 상호 보완재라고 생각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신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핵·미사일 억제력 강화를 제대로 못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추가로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