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글로벌학회 잇단 무산…K바이오 사업계획 차질

by류성 기자
2020.03.23 15:08:53

4월 예정 미국암학회 연말로 연기
이달 미국피부과학회, 미국내분비학회 행사도 취소
업계,학회 임상발표 통해 투자유치 및 협력사확보 차질
코로나사태 장기화땐 K바이오 연구개발일정 차질

[이데일리 류성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서 예정됐던 글로벌 학술대회가 잇달아 연기, 취소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연구개발 전선에도 불똥이 튀고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달 예정됐던 미국노인정신의학회, 미국피부과학회, 미국내분비학회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4월 열릴 예정이던 미국암학회 연례학술대회도 연말로 연기됐다.

오는 6월 열리는 세계최대 규모의 바이오 컨퍼런스인 바이오USA는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행사 연기나 최소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행사일정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제넥신, 엔지켐생명과학, 에이비엘바이오, 이수앱지스 등 해외 학술대회에서 중간 임상결과나 논문등을 발표하려던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행사 일정이 변경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미국 학술대회 참가가 불발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공동연구개발,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투자유치 등을 추진하려던 상당수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을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학술대회 참석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나 투자사등을 통해 부족한 연구개발 자금을 충원하려던 일부 바이오기업은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오는 4월 열리는 미국 암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신약물질 EC-18의 면역항암제 병용효과 및 항암방사선 유발 구강점막염 개선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행사가 취소되면서 엔지켐생명과학은 글로벌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임상결과를 공유하려던 계획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재한 엔지켐생명과학 이사는 “본사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화상통화를 통해 임상결과를 공유하는 한편 미국법인 직원들은 직접 발로 뛰며 다국적 제약사들과 네트워킹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이사는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글로벌 학술대회에서 임상결과를 발표, 공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현재로서는 대안을 총가동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넥신은 4월 열릴 예정이던 미국 암학회에서 DNA 치료백신 ‘GX-188E’의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행사가 취소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제넥신은 궁여지책으로 오는 9월에 유럽에서 열리는 유럽 의학 종양학 협회 행사에서 중간 임상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은 글로벌 행사가 연기, 취소되자 그 대안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화상통화나 이메일등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접촉하면서 임상결과등을 공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자칫 장기화될 경우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일정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특히 부족한 연구개발 자금문제를 글로벌 학술대회등을 통해 투자를 유치해 해결하거나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연구 파트너십을 구상하고 있던 일부 바이오기업들은 사업계획에 큰 차질을 피할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바이오 컨퍼런스인 미국 ‘바이오USA’ 행사장 모습.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