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휘발유 유류세, 내리는게 답일까?

by최선 기자
2016.02.16 14:50:50

[이데일리 최선 기자] 유류세 인하 목소리가 아주 뜨겁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원유가격의 하락 폭만큼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원유가격은 지난 2년 새 68.7%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가격은 28.0%만 내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국제가격을 쫓지 못하는 이유가 유류세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에 유류세를 포함시키는 이유에는 개인차량의 이용을 억제하고, 대기 오염 악화를 막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교통시설 확충, 환경개선,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해 걷히는 세금이다.

하지만 이런 유류세 부과 취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정부의 유류세 수입은 꾸준히 증가했다. 17조 9300억원이던 세수는 2014년 19조 3500억으로 불었고, 지난해에는 24조원 가량이 걷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사용량에 따라 부과(종량세)하는 기름값 대비 유류세의 비중이 유가 하락에 따라 60% 안팎에 달하고 있지만 되레 소비자의 기름 씀씀이는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유류세가 사용되는 범위도 이해가 어렵다. 정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명목으로 세수를 걷고 있지만 에너지 정책이나 환경 정책으로 사용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다. 이 명목 세금의 80%는 교통시설특별회계법에 의해 국토교통부 소관이 된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을 확충하거나 관리하는 용도로 쓰인다는 얘기다. 환경정책을 위해 투자되는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2%가 투자된다.

결국 정부는 유류세를 통해 휘발유 소비를 억제한다면서 차량이 달릴 도로를 늘리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정부가 운전자들의 호주머니 돈으로 곳간을 채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유류세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할 생각이 없다면 본 취지에 맞게 예산을 쓰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 건강을 명목으로 담뱃값을 올려놓고 세수 증대효과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 이번 유류세 인하 논쟁과 오버래핑되는 건 기분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