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료 부풀려 해외출장 간 안산시의원…“공무원·여행사 공모”
by이종일 기자
2025.01.08 15:37:43
권익위 점검서 시의회 항공료 조작 확인
이코노미석을 비즈니스석 가격으로 구입
'항공료 부풀려 청구할 것 요구' 진술 확보
권익위 "공모 정황, 경찰에 수사의뢰할 것"
[안산=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경기 안산시의회가 의원들의 항공료를 부풀린 해외 출장비를 여행사에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의회 공무원이 여행사에 요구해 벌어진 사건으로 본 국민권익위원회는 경찰에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8일 국민권익위 등에 따르면 권익위는 최근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점검을 통해 안산시의회가 지난해 5월 시의원들의 일본 출장비 중에서 항공료를 과다하게 집행한 것을 확인했다. 당시 시의회는 출장 참가자 1명당 이코노미석 왕복 항공료로 89만1100원을 A여행사에 지급했다. 그러나 89만1100원은 실제 비즈니스석 가격이었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이코노미석보다 수십만원 비싼 비용을 여행사에 지불한 것이다.
해당 출장(4박5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이진분·현옥순·이대구·이지화·이혜경·김재국·설호영·김유숙 시의원 등 8명과 의회 공무원 3명(수행업무) 등 전체 11명이 참여했다. 11명분의 항공료 차액(비즈니스석 가격에서 이코노미석 가격을 뺀 것)을 합하면 수백만원이 된다. A여행사가 이 차액분을 어디에 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시의회가 의원들의 이코노미석을 수십만원 비싼 비즈니스석 가격으로 지불한 데에는 의회 공무원과 여행사측의 공모가 있었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권익위 조사 결과 의회 직원 B씨는 사전에 A여행사에 항공료를 부풀려 청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여행사는 1명당 89만1100원짜리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구입하고 해당 전자 항공권에서 ‘비즈니스석’ 표시를 ‘이코노미석’으로 바꿔 의회에 비용을 청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행사는 위조한 이코노미석 항공권(비즈니스석 가격 표시 그대로 둠)을 의회에 제출해 1명당 89만1100원으로 비싼 요금을 받은 뒤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취소하고 저렴한 이코노미석으로 다시 발권해 차액을 남긴 것으로 권익위는 보고 있다.
권익위는 직원 B씨로부터 ‘출장 비용 충당을 위해 항공료를 부풀려 의회에 청구할 것을 여행사에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시의회는 일본 출장에 참여한 의원 등의 추천을 받아 A여행사와 항공권·숙박·식사비 등으로 1명당 200여만원(안산시 예산)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 관계자는 “안산시의회 관련 증거를 정리 중이고 조만간 수사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회 공무원과 여행사측에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하겠다”며 “시의원의 지시 여부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안산시의원 8명의 2024년 5월 일본 출장 당시 방문 일정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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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A여행사측은 “일본 출장 당시 비즈니스석을 발권하지 않았다”며 “이코노미석을 발권해 의회에 전달했다.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항공료 과다 청구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항공료가 비싼 것은 예약이 늦어 그런 것”이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B씨는 7~8일 연가로 출근하지 않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도 답변하지 않았다.
일본 출장 당시 시의회 부의장이었던 이진분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의원들은 아무것(항공료가 부풀려진 것)도 몰랐다”며 “지금은 바빠 통화가 어렵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문의하라”고 말했다. 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현옥순 의원은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로 문의하자 “그 당시 (원내)대표도 아니었다. 의회 직원과 통화해요”라며 “목감기 몸살로 출근도 못하고 있다”고 답문을 보냈다.
한편 안산시의원 8명은 당시 출장 목적으로 일본 인구소멸 대응 방안, 인구정책 사례 탐구를 통해 안산시 인구감소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상업지역과 도시재생시설 탐방을 통해 안산 상권 활성화 방안 등을 발굴한다고 계획했다. 그러나 출장은 사찰 명소, 온천마을, 후지산 둘레길, 국립공원(호수 유람선·신사) 등 관광지 방문 위주로 이뤄졌다. 의원 8명이 작성한 결과보고서에는 방문기관 3곳의 정책·활동 사항과 관광지 4곳의 소개 내용, 의원들의 기념사진(10여장)이 담겼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은 외유성 출장이라고 비판했다. 안산시민사회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시민의 세금을 부당하게 유용한 범죄행위”라며 관련자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