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시장 침공 초읽기?…인천공항 입찰에 결국 中 참여

by정병묵 기자
2023.02.27 17:09:24

인천공항 T1·T2 면세점 2만4천㎡ 규모 신규 입찰 마감
롯데·신라·신세계·현대百 '全구역'…中 '1~4구역' 참가
"인천공항 뚫리면 결국 '노다지' 시내면세점 진출 우려"
28일 가격 제안서 접수…관세청 심사 거쳐 4월께 선정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면적의 70%가 넘는 신규 면세점 입찰 참가신청서 접수가 마감됐다. 롯데·신라 등 국내 면세점 대기업 4사가 모두 참가한 가운데 예상대로 세계 1위 면세점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제1관문인 인천공항 면세점에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업은 CDFG가 둥지를 틀면 국내 면세산업 경쟁력이 휘청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이 출국객들로 붐비는 모습(사진=뉴스1)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21일부터 진행한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 도합 2만4172㎡(약 7312평) 규모의 면세점 입찰 참가신청이 이날 오후 마감됐다.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의 70%가 넘는 규모로 이번에 사업권을 따낸 곳은 향후 10년간 운영권을 얻게 된다.

이번 입찰에 부쳐진 면세구역은 △1·2구역(화장품·향수·담배·주류) △3·4구역(패션·액세서리·부티크) △5구역(럭셔리 부티크) 등이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 등 국내 대기업 4사는 1~5구역에 모두 참가했다. 관심의 대상이던 CDFG는 1~4구역에 신청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입찰 설명회에 참석했던 세계 4위 면세점 스위스 ‘듀프리’는 신청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5구역의 럭셔리 부티크에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면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부터 공급 확약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신청서를 낸 1~4구역에서 한 곳이라도 낙찰받는다면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인천공항공사는 28일 구체적인 입찰 가격과 점포 운영 전략을 적는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뒤, 본격 신규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간다. 공사는 3월 중에 제안서를 평가한 뒤 특허 발부기관인 관세청에 통보한다. 관세청의 특허 심사를 거쳐 빠르면 4월께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전망이다.



최근 여행경기 활성화로 기지개를 켤 것으로 기대했던 면세점 산업은 중국 업체의 참여로 다시 위기에 직면할 조짐이다. 면세점 입찰은 최고가를 적어 내는 곳이 낙찰을 받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CDFG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시기에 세계 1위 면세 사업자로 성장했다.

CDFG의 매출(2021년 기준)은 104억 9000만달러(약 13조5960억원)로 2·3위인 롯데·신라면세점의 매출 합계보다 많다. 한국 면세점 산업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세계 면세시장 25.6%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격하게 업황이 악화화면서 중국에 1위를 내준 상태다.

특히 중국이 인천공항을 바탕으로 시내면세점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문제다. 코로나19 이전 면세점 사업은 인천공항점보다 시내점에서 더 많은 이익을 냈다. 업계는 중국 업체가 서울 등 시내에 진출할 시 자국 관광객을 버스로 대절해 다니면서 CDFG 면세점에서만 쇼핑하도록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관광 경기가 풀리면서 우리나라 면세 산업이 재반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 리스크가 다시 생기고 있다”면서 “한때 세계 1위를 구가했던 우리나라 면세점 산업이 중국의 침공으로 대·중소면세점 모두 경쟁력을 잃게 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