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수익 기자
2015.10.15 17:39:18
두산인프라코어, 공헌도 높은 공작기계 분할·매각
SK케미칼·OCI도 알짜 회사 매각으로 빚부담 줄이기
자구계획 긍정적이지만 관건은 영업수익성 회복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어느 기업이 돈 잘 벌어다 주는 효자회사를 매물로 내놓았다면 이유는 명확하다. 벌어들이는 돈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고 있는데 빚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팔아서라도 빚 부담을 우선 줄이고 봐야하는데 그저 그런 매물을 내놓았다간 지금같은 경기상황에선 제값은 둘째치고 매수자가 나타날지도 불확실하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지분 일부를 매각키로 결정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유사하다. SK케미칼이 7년전 이수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유비케어를 다시 매물로 내놓고 OCI가 자회사를 매각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건설기계·공작기계·엔진 등 3대 사업부를 가지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입장에서 공작기계부문은 말 그대로 가장 애지중지할법한 ‘효자’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작기계 부문은 두산인프라코어 매출의 17.1%, 영업이익의 30.6%를 담당했다. 매출비중 대비 이익비중이 두배 가까이 높다는 것은 공작기계가 회사 전체적 수익성 하락을 방어해주는 완충지대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왔다는 의미다.
이처럼 공헌도가 높은 공작기계를 분할·매각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그나마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자산을 팔아서 최대한 빚부담을 줄여야하는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분할·매각 발표 직전 기업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강등당한 상황이었다. 건설기계 부진 등 시장환경 악화로 좀처럼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는 가운데 차입금은 늘어나면서 재무적 부담을 계속 안고 가야한다는 것이 신평사들의 시각이다. 신용등급 하락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상환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를 분할하면서 존속법인(두산인프라코어)에 차입금의 절대금액인 3조4000억원을 남겨두고 신설법인(가칭 두산공작기계)에는 1600억원의 빚만 승계했다. 팔아야 할 자산을 최대한 ‘아름다운 매물’로 포장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신용도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설법인 경영권은 유지하면서 지분을 매각키로 한 만큼 최대 매각지분은 49%이다. 신평사들은 지분매각 가격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매각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빚을 줄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이익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조건(트리거)을 내걸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두산인프라코어가 A급 신용도를 회복하기 위한 조건으로 현재 44.7%인 순차입금의존도(연결기준)를 30%로 낮출 것을 제시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작기계 지분 49%를 최대 7000억원에 매각하고 이 금액을 전액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도 조건 충족에는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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