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가 이렇게 부드러울지 몰랐죠?"…'한우 시식회' 가보니
by한전진 기자
2024.08.27 18:24:02
한우자조금, 한우 소비 촉진 캠페인 나서
거세우·미경산우 소개…한우의 우월성 알려
수입 소고기·경기침체…깊어진 한우 농가 시름
이동활 위원장 "한우 우수성 홍보로 소비 촉진"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27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우 식당인 육영토종한우. 20여명의 사람들이 윤원석 셰프의 칼끝을 지켜보고 있었다. 섬세하게 붉은 살을 갈라내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한우 명예홍보대사이자 벽제갈비 장인인 윤 셰프는 “거세우(생식기능을 제거한 수소)는 육질이 부드럽고 마블링이 풍부하다”며 “미경산우(송아지를 생산한 적이 없는 암소)는 육질이 매우 섬세하다”고 설명했다.
|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육영토종한우 신관에서 소비자단체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한우자조금 X MEAT(MEET) UP’ 시식회에서 윤원석 셰프(벽제갈비 장인)이 한우 커팅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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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자조금이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해 ‘한우자조금 밋 업’ 시식회를 개최했다. 최근 한우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우 농가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에서다. 한우자조금은 한우 산업의 발전과 한우농가와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지난 2005년 출범한 비영리 단체다. 한우 농가가 한우를 출하 시 내는 1두당 2만원의 의무거출금과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된다.
이날 윤 셰프는 한우 커팅 시연을 선보였다. 거세우와 미경산우의 맛 차이와 특징도 소개했다. 윤 셰프는 “수소는 성별 특성상 근육이 많이 발달해 육질이 질긴데, 거세는 근육을 부드럽게 하고 지방의 분포도를 고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미경산우는 마블링이 뛰어난 거세우보다 고기의 본연의 맛과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 윤 셰프가 손질한 거세우와 미경산우의 채끝 부위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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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언론사, 소비자단체, 한우 수입 바이어 등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한우자조금은 이들에게 어떤 것이 거세우인지 미경산우인지 알리지 않는 블라인드 시식회를 진행했다. 직접 맛 차이를 느껴보도록 하기 위함이다. A와 B로 소개된 고기가 순서대로 테이블에 놓였다.
미경산우와 거세우의 채끝 맛은 분명한 차이가 났다. 미경산우는 육즙이 풍부하고 쫄깃한 한우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고급 스테이크를 먹는 맛이었다. 반면 거세우는 육질이 포슬포슬하고 고소한 맛과 담백함이 일품이었다. 쌈장 마늘 등과 먹으면 더 조화로운 맛이 났다.
2등급 미경산우, 거세우 불고기도 맛봤다. 미경산우는 짭쪼름한 국물에 풍부한 육즙이 녹아든 맛이 도드라졌다. 구웠을때처럼 입에 녹아드는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었다. 거세우는 담백한 국물 맛이 살아 있었다. 오히려 구웠을 때보다 식감과 맛이 더욱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 이동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육영토종한우 신관에서 소비자단체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한우자조금 X MEAT(MEET) UP’ 시식회 ‘우(牛)라차차 대한민국! 뚝심 보증, 한우’ 캠페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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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우(牛)라차차 대한민국! 뚝심 보충, 한우’ 캠페인의 첫 행사다. 캠페인은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고 어려움에 처한 한우업계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최근 업계는 소비 침체, 한우가격 하락, 한우법 제정 불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 소고기가 늘며 한우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한우 농가의 시름이 깊다. 도매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사료 등 생산비용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에 크게 올랐다. 실제로 한우 도매가는 지난 2021년 1㎏ 당 2만 4165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지난달 기준 1만 5434원으로 3년간 약 30%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고기소용 배합사료 가격은 ㎏당 578원으로 2020년과 비교하면 약 40% 뛰었다.
한우 가격 폭락의 원인은 수요과 공급의 불일치다. 한우 사육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내식 수요가 늘며 크게 증가했다. 이후 엔데믹이 도래하고 경기침체까지 겹쳐 한우의 소비량이 급감했다. 여기에 정부가 수입산 쇠고기를 늘린 영향도 직격타로 작용했다.
한우자조금은 다시금 한우 수요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가정이나 음식점 등에서 활용 가능한 간편한 한우 요리법 확산을 비롯해 △한우 명예홍보대사 요리 분야 전문가 자문을 통한 레시피 개발 및 홍보 △한우 음식점 대상 정식 메뉴 판매 유도 △한우 레시피 온라인 홍보 △원료육 차액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동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국내 소비 부진과 수입산 소고기의 증가로 국내 한우 산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시식회 등 행사를 통해 한우 소비를 활성화해 가격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각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 한우의 균등한 소비에 기여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