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판다” 태영그룹 호언장담에도…SBS 매각설 나오는 이유는
by허지은 기자
2024.01.02 20:19:36
자회사 매각·사재 출연 등 계획 내놨지만
채권단 75% 찬성해야 워크아웃 개시가능
“자구안 성실도에 따라 판가름날 것”
|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 측의 SBS 지분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허지은 기자] 기업 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측의 SBS 지분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태영그룹은 에코비트와 블루원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고, 창업주인 윤세영 회장 일가도 수천억원대 사재 출연 등을 통해 SBS 지분 매각만큼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채권단 입장에선 투자 매력이 높은데다 알짜 자회사인 SBS를 배제할 이유는 없다. 결국 태영그룹의 의지와는 별개로 SBS 지분 매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오는 3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 채권단을 상대로 자구안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태영건설은 주요 계열사 매각 방안과 대주주 사재출연 등의 4가지 핵심 자구 계획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 400~600곳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이날 설명회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11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워크아웃의 핵심 조건은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 전제로 대주주의 강도 높은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선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한데, 채권단이 만족할만한 자구안이 나오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달 28일 진행한 브리핑에서 “(워크아웃 진행을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강도 높고 충분한 자구노력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TY홀딩스)는 에코비트, 블루원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대주주인 윤 창업회장 일가 역시 이미 매각한 태영인더스트리와 매각이 예정된 블루원 등의 매각대금을 바탕으로 수천억원대 사재 출연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2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워크아웃 당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각해 2200억원 규모 사재를 출연한 바 있다.
현재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건설) ▲SBS(방송) ▲태영인더스트리(물류) ▲에코비트(환경) ▲블루원(레저) 등 크게 5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중 태영인더스트리는 지난달 2400억원에 매각했고 에코비트와 블루원은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에코비트 지분 전체(50%)와 블루원 산하 골프장 일부 매각을 통해 태영그룹이 3조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태영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방문신 SBS 사장은 태영 측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 “TY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는 SBS 주식의 매각 또는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며 “TY홀딩스에서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SBS 경영과 미래 가치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대주주의 사재 출연만으로 채권단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티와이홀딩스는 SBS 지분 38%, SBS미디어넷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총액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SBS의 지분가치는 3000억원 수준으로 점쳐진다. 기업가치가 크지는 안지만, 오너일가가 SBS를 의도적으로 자구안에서 제외할 경우 채권단을 설득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워크아웃 개시가 부결될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는데, 법정관리로 가면 정상적인 사업 수행이 어려워 협력업체나 지역경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태영건설과 최대주주 티와이홀딩스가 제출한 자구안의 성실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