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일, 용산 야간 기동대 미투입…집회없던 서초에도 기동대”

by황병서 기자
2022.11.03 18:18:51

이형석 민주당 의원, 경찰 자료 분석
“오후8시 이후 근무한 기동대, 참사 현장 안보내”
“집회·시위도 없던 尹자택 서초구엔 2개 기동대”
“이상민, 집회에 인력 분산? 책임 물어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이태원 압사 참사’가 벌어졌던 지난달 29일 경찰 기동대 1개 부대가 서울 용산 사고 현장 인근에서 야간 대기 중이었으나 질서 유지 등엔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현규 신임 용산경찰서장이 3일 오후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0월 29일 경력운용 계획’에 따르면, 경찰은 당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되는 집회·시위 대응을 위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기동대 3개 부대를 투입하고, 오후 8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대기하는 기동대 1개 부대를 배치키로 했다.

당일 대통령실이 인접한 전쟁기념관 앞에 신고된 집회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발족식 집회, 대학생 기후행동, 미국은손떼라서울행동 대북적대 군사행위 중단 반미 집회, 나라지키미 대한민국 안보 수호를 위한 집회 등 총 4개였다. 이들이 신고한 집회 인원은 총 290명으로 모두 오후 8시 이전에 종료되는 것으로 예정됐다.

전쟁기념관 앞 집회에 대응키 위해 배치된 기동대는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3개 부대였다. 하지만 3개 부대가 광화문 집회 대응에 동원되면서 경기 지역 관할 경찰청 소속 기동대 3개 부대가 용산 지역 집회에 대응했다.



문제는 오후 8시 이후 야간 조로 편성된 기동대 1개 부대가 대기했음에도 참사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집회들은 오후8시경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경찰에 압사 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처음 들어온 건 오후 6시 34분이고, 참사가 난 건 오후10시15분경이다. 이후 소방대응이 실시간으로 격상되면서 오후11시50분을 기해선 최고 단계인 대응3단계가 발령됐다.

오히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서초구에는 집회·시위가 없었는데도 기동대 2개 부대가 배치됐다. 13만명의 인파가 몰린 핼러윈 축제의 군중 밀집 사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도 이상민 행안장관은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이형석 의원은 “참사 현장 인근에 대기 중인 기동대가 있었음에도 지휘체계 문제 속에서 적시 투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행안부 장관은 경찰 병력이 부족했다고 변명하기 급급했다”면서 “향후 상임위와 국정조사 등을 통해 면밀하게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