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키워 신선한 게임 만들자"..인디문화 접목하는 넥슨

by김혜미 기자
2017.10.27 16:32:50

넥슨, 사내 인디문화 확산 노력..예술문화 프로그램 강화
"매출 급급한 이미지 버리고 진정한 게임사로 거듭나야"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지난 24일 저녁 7시, 성남 판교의 넥슨 사옥 옥상에서는 떠들썩한 파티가 열렸다. 모두가 떠나고 잠잠할 시간이지만 옥상에는 300여명의 직원들이 돗자리를 펴고 오손도손 모여앉아 라이브 밴드의 공연을 즐겼다. 넥슨의 한 직원은 “1년에 한 번 회사다닐 맛이 난다”는 우스갯 소리를 던졌다.

넥슨이 직원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한 사내 ‘인디문화’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넥슨은 연초 무과금으로도 즐길 수 있는 인디게임 2종을 선보인 데 이어 사내에 인디문화를 접목시키기 위해 각종 공연은 물론 서적 출판 등을 지원하는 모습이다.

넥슨은 지난 2012년부터 직원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프로그램 ‘넥슨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분야는 아트(Art)와 컬처(Culture), 휴먼(Human) 등 크게 3가지로 나누어 현재까지 약 103개 과정이 진행됐다.

넥슨포럼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는 옥상피크닉을 모토로 한 ‘밤에 걷는 문화산책’이다. 지난해 처음 진행된 옥상피크닉이 반응이 워낙 좋아 올해도 가수 정밀아, 서사무엘, 김반장과 윈디시티 등 세 팀의 인디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진행했다.

옥상피크닉에서 직원들은 함께 음식을 먹으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등 공연을 즐기고 팀워크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게임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참가한 가수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다.



올해 공연에 참가한 가수 서사무엘은 “게임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뜨거운 호응 속에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24일 판교 넥슨사옥 옥상에서 가수 서사무엘이 열창하고 있다. 넥슨 제공
인디문화를 즐기는 데서 나아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넥슨 직원들이 직접 작사와 작곡, 보컬까지 참여해 손수 제작한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올 초에도 기본 코드부터 기초 작사, 작곡 등을 배운 넥슨 직원들이 직접 만든 음원 8곡이 수록된 디지털 앨범 블루밍(Blooming)이 출시된 바 있다.

‘세상에서 하나 뿐인 나만의 독립 출판’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넥슨 직원들은 작가가 되어 책을 쓰는 10주 간의 독립출판과정을 거쳐 10권의 책을 출간했다. 넥슨은 이를 기념해 서울 연남동 인디책방 및 넥슨 사옥에서 출판 기념회 및 출판물 전시회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넥슨은 최근 몇년간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이미지를 깨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진정한 게임 개발사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출시된 모바일 인디게임 ‘이블팩토리’와 ‘애프터 디 엔드: 잊혀진 운명’은 처음 다운로드시에만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더이상 결제하지 않아도 되고, 독특한 재미로 이용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일부 이용자들은 “넥슨 같지 않은 게임”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은욱 넥슨 인재문화팀 차장은 “참신함과 도전정신, 열정 같은 역량을 필요로 하는 게임회사인 만큼 다양한 인디문화를 접하고 넥슨포럼 과정에 응용해 업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 직원들이 작사와 작곡, 편곡, 보컬 등 전과정에 참여해 발매한 앨범 블루밍. 넥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