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도 초일류로…시장 안 좋더라도 적극 투자”

by김성진 기자
2024.03.21 17:51:59

장인화 포스코그룹 신임 회장
주총·이사회 직후 기자간담회
철강·배터리 쌍두마차 내세워
‘철강맨’ 이미지 단박에 불식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21일 장인화 포스코그룹 신임 회장이 선임된 직후 약 30분간의 짧은 기자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질의응답을 진행하기 앞서 관계자가 중복되는 질문은 지양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그렇지만 이날 장 회장에게 던져진 질문은 하나같이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앞으로 어떻게 키울 것이냐”고 묻는 것들이었다. 철강 전문가로 알려진 장 회장의 신사업 육성 계획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인 것이다.

장인화 제10대 포스코그룹 회장이 3월 21일 제56기 정기주주총회장에 입장하고 있다.(사진=포스코그룹.)
장 회장은 이날 회장 선임 이후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비전으로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을 제시했다. 이를 놓고 미래 소재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장 회장은 “철강 사업은 포스코의 기본이고 이차전지 소재 사업도 함께 쌍두마차로서 초일류로 가야한다”고 답했다. 이어 “단순히 철강기업 포스코가 아니라 소재 부문에서도 우리 미래 국가 경제도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후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는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신사업이 흔히 겪는 ‘캐즘’(Chasm·깊은 틈) 현상의 초기이기 때문에 (위기가) 길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장 회장은 “위기의 순간에 원가를 낮추는 등 경쟁력을 키워나가면 경제가 다시 회복됐을 때 보상이 크다”며 “(완공된) 이차전지 소재 공장들을 초기에 다 잡아 정상화할 기회”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또 “시장이 나쁘다고 이차전지 소재 사업 투자를 안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결코 소극적으로도 투자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처럼 이차전지 사업 육성 계획을 묻는 질문이 쏟아진 이유는 장 회장이 ‘철강 전문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포스코의 본업인 철강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업계에서는 장 회장이 철강 사업 회복에만 주력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포스코 철강부문 영업이익이 2021년 8조4400억원에서 지난해 2조5570억원으로 급감한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 요소였다. 그런데 장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쌍두마차’ 전략을 내세우며 이 같은 우려를 단박에 불식시킨 것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주주총회 직후 마련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사진=포스코그룹.)
장 회장은 신임 회장으로서 혁신을 실천하기 전에 우선 ‘경청’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장 회장은 “우선 100일동안 주요 현장을 돌면서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전체 의견을 들어보면 마음속에 있던 것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고 거기서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또 포스코그룹이 직면한 친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소가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에서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삼겠다”고도 밝혔다.

2021년 2월 포스코 철강부문장(대표이사)에서 고문을 맡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장 회장은 지난 2월 8일 포스코그룹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선정한 최종 회장 후보에 오르며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이날 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포스코그룹 제10대 회장에 오른 장 회장은 앞으로 3년간 그룹을 이끌 예정이다.

1955년생인 장 회장은 서울대 조선해양학공학과 학부·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하면서 포스코에서 경력을 쌓은 장 회장은 포스코 신사업실장, 기술투자본부장, 철강부문장 등을 지냈다. 2018년엔 최정우 전 회장과 ‘회장 후보자 최종 2인’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장 회장과 함께 포스코홀딩스를 이끌 사내이사로 정기섭 전략기획총괄(사장)이 유임됐다. 김준형 미래소재총괄(사장)과 김기수 포스코 기술연구원장(부사장)도 새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