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 복구만 6개월… 올해 장사 다 접었죠"

by권오석 기자
2019.04.18 15:47:35

속초시 설악천막사 대표 인터뷰… 화재로 2억원 상당 피해
"피해 복구에 걸리는 시간만 6개월" 한탄
소상공인들 "무이자 대출 등 실질 지원 필요" 요청

화재로 다 타버린 강원 속초시 설악천막사 모습. (사진=권오석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피해 복구를 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립니다. 그 사이에 성수기는 다 지나가버려 올해 장사는 물건너 간 셈입니다.”

18일 방문한 강원도 속초시의 천막업체인 설악천막사 임기우(50) 대표는 산불 피해로 180평 상당의 사업장 부지가 모두 타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속초시는 지난 5일 일어난 대형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이다. 이 화재로 임 대표의 사무실, 공구창고, 기자재 등이 불길로 인해 2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이 업체는 각종 행사에서 사용하는 천막을 대여·설치해주고 있다.

화재로 타버린 강원 고성군의 한 숙박업체. (사진=권오석 기자)
임 대표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부터 5~6월까지 어린이날과 같은 휴일이 많아서 우리들에겐 가장 큰 성수기”라며 “불길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6개월 정도 예상하고 있다. 결국 올해 장사는 다 접은 셈”이라고 한탄했다.

실제 사업장을 찾아가보니, 불에 타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기자재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다 타고 남은 현장에는 크레인을 동원해 자재들을 쓸어 담으며 피해 복구를 하고 있었다.

임 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복구를 하기가 힘들어서 조만간 조립식 건물이라도 지어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면서도 “화재로 인해 5월까지 계획된 행사와 영업 스케줄이 모두 취소된 상황”이라고 했다. 다행히 화재 당시 인명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임 대표와 직원 한 명은 당장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임 대표는 “화재 보험을 들어놓기는 했는데 산재 기준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보장되는 금액은 실제 피해액보다 절반도 안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금(최대 2억원) 대출 신청을 할 계획이나, 휴일과 야외 행사가 몰려 있는 4~6월 성수기를 놓치게 돼 매출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월 매출 1500만원 상당인 임 대표가 적어도 1년 6개월은 영업을 해야 피해 복구 금액을 충당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 17일 강원 속초시에서 열린 소상공인 간담회. (사진=권오석 기자)
지역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산불로 재산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장사가 안 되는 2차 피해 상인들을 위해 정부가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17일 강원도 속초시에서 강원지역 소상공인 간담회를 열고 “산불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산불 피해로 공실률이 80%에 가깝다고 들었다. 지역 상권이 순환하지 않고 장사가 안 되면 지역 상권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술 양양군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들이 기본적으로 경기가 너무 침체돼있는 와중에 화재까지 당한 상황”이라며 “무이자·무보증으로 지자체가 보존해주는 신용보증이 있으나 이렇게 화재가 갑자기 발생하면 특별지원자금이라도 만들어줘야 하는데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지역 상권이 엉망이며 고성의 경우 관광객들이 20% 밖에 안 온다”며 “여야가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통해서라도 무이자로 적 극적으로 빨리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중기부는 강원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대출기간 10년에 고정금리 1.5%를 적용해 2억원을 대출해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최 회장은 “지원자금도 갚아야 할 돈이라 막막하다. 소상공인들은 지금도 빚이 많은데 또 빚으로 연명하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철 속초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한 건어물 공장의 경우 피해 금액을 114억원이라고 신고했다. 이는 단일 피해액으로는 가장 큰 액수”라며 “뿐만 아니라 건물주가 아닌 임대 사업자의 경우에도 땅도, 건물도 없어 대출받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