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함께 떠나는 세계유산여행 '융릉'과 '건릉'
by트립in팀 기자
2018.04.17 14:52:55
[이데일리 트립in 조정화 기자] 우리나라의 마지막 왕조는 조선이다. 현대에 와서 조선왕조는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유네스코 세계유산 12개 가운데, 5개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임금 혼령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장소인 종묘가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것을 시작으로 2년 뒤인 1997년에는 조선의 궁궐인 창덕궁과 최초의 과학기법을 도입해 축조한 조선 최고의 성곽 수원화성이 나란히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09년에는 조선역사의 축소판이라고 수 있는 조선왕릉이, 2014년에는 병자호란의 아픔을 간직한 남한산성이 조선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세계유산이 됐다.
조선왕조를 배경으로 한 5개의 세계유산, 그 가운데에서도 조선왕릉의 가치는 특별하다. 대부분 세계유산이 한 지역에 있는 데 비해, 40기가 되는 조선왕릉은 경기지역, 서울지역, 강원지역 3개 지역 18개의 도시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특히 1기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서울과 경기지역에 있으니 한국인은 물론이고, 외국 관광객도 방문하기 좋아 한국 역사관광 상품으로 조선왕릉의 잠재력은 상당하다 하겠다.
조선왕조 27명의 임금 가운데 북한 땅의 1명과 재위 중 쫓겨 난 2명의 임금을 제외한 24명과 추존된 5명을 합해 총 29명의 임금과 왕비가 세계유산에 해당한다. 29명의 임금 가운데 왕비 없이 홀로 모셔진 임금, 왕비 여러 명과 함께 한 곳에 모셔진 임금까지 500년에 걸친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 그 자체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일 뿐 아니라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곤 하는 것을 보면 조선왕릉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여행은 인기몰이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효를 주제로 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보자.
40기 가운데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능역에 모셔진 왕릉은 4곳이다. 가장 비싼 땅에 잠들어 계시는 성종과 중종의 왕릉인 선정릉, 최고의 명당으로 손꼽히는 화산에 자리 잡은 사도세자와 정조의 왕릉인 융건릉, 동구릉에 잠들어 계신 효명세자와 헌종, 황제릉으로 조성된 고종과 순종의 왕릉인 홍유릉이 그것이다. 추존된 5명의 임금을 합해서 32명의 임금 중에서 8명 만이 걸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함께 잠들어 있으니 그들은 선택받은 임금들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 8명의 임금 가운데 본인의 강력한 의지로 생부의 곁에 본인의 능지를 결정한 임금은 정조뿐이다. 정조임금은 살아생전 체제 공에게 ‘내가 죽거든 현륭원 근처에 묻어주오’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죽어서도 효심을 다하고 싶은 정조 임금의 사무친 사부곡의 발단은 무엇이었을까?
할아버지 영조의 후계를 이을 임금 자리가 예약되어 있던 아버지가 8일 동안이나 뒤주에 갇혀 죽임을 당하게 되는 것을 정조임금은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처참하게 죽은 아버지를 여윈 상실감 그뿐이었을까?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할아버지 영조임금의 결정이 본인을 향한 기대와 총애와 무관하지 않다는 죄책감, 역적으로 몰린 반역자의 자식이라는 위기감도 아마 함께 느끼지는 않았을까?
10세 사춘기 소년인 정조 임금에게 아버지를 앗아간 임오화변의 비극은 도저히 지울 수 없는 낙인으로 남겨졌을 것이다. 그 낙인의 아픔은 14년이 지나 왕으로 즉위하게 될 때까지 정조임금의 가슴에 남겨져 있다가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라는 선언을 하는 단초가 된다.
그 선언을 시작으로 정조임금은 궁궐 옆에 아버지에게 매일 제사를 올리는 사당인 경모궁을 짓고, 양주 땅에 있던 아버지의 무덤인 수은묘를 영우원으로 격상시킨다. 그 후로 10여 년이 지난 1789년, 영우원 자리를 자못 못마땅해하던 정조의 효심은 새로운 명당으로 여겨지는 현재의 위치인 화산으로 영우원 천장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현륭원이라는 이름으로 화산 자락에 새롭게 조성되는 아버지의 무덤을 다른 임금의 왕릉 못지않은 격식과 예우를 다해서 조성하고자 했던 정조임금의 정성은 얼마나 극진했을 것인가? 그렇게 만든 아버지 무덤 곁에 본인도 묻히고 싶었던 소망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소망이 이루어져 서로 가까이 잠들어 계신 정조임금과 사도세자의 융릉과 건릉을 방문할 때마다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름다운 효심은 세상도 모를 리 없는 것일까? 정조임금이 생전에 통치하던 창덕궁, 재위 기간 최대 걸작인 수원화성, 임금의 혼을 제사하는 종묘, 옥체를 모신 왕릉까지, 정조임금과 관련된 유산들은 모두 세계유산이 되어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특히 정조임금과 관련이 많은 것이 우연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어서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드는 필연적인 노력은 우리의 몫은 아닐까?
△ 대중교통
1호선 병점역 2번 출구 → 34, 34-1, 35-1, 46, 50번 버스 이용 (15분 소요)
북문, 남문, 수원역에서 46번 버스 이용 (40분 소요)
신영통, 영통, 봉담에서 34, 34-1번 (30분 소요)
* 버스정류장 명칭: ‘융건릉’
△ 승용차
.1번국도 병점육교 → 용주사 → 융건릉
.신갈IC → 수원시내 진입, 동수원사거리 좌회전 → 병점사거리 우회전 → 병점육교 → 용주사 → 융건릉
.동수원IC, 북수원IC → 수원시내 진입, 수원역 지하차도 발안/남양 방면 우회전 → 오목천삼거리 좌회전 → 수영사거리 → 융건릉
.산본IC → 과천-봉담 간 고속국도 종점 → 수영사거리 → 융건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