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목표 낮췄다…농식품부 “목표 현실화”(종합)

by김형욱 기자
2018.02.06 15:57:25

2022년 달성목표 60%서 55.4%로…현 50.9%서 4.5%p↑
“중심축 농산물 생산에서 농업인 안정 중심으로 이동”

(수치=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5년 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낮췄다. 농정 중심축을 농산물 생산 목표에서 농업인 안정 중심으로 바꾼 문재인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6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농정 계획을 담은 ‘2018~2022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은 정부가 5년 단위로 법정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2018~2022년 농정 방향을 ‘걱정 없이 농사짓고 안심하고 소비하는 나라’로 정하고 3대 핵심 축(농업·환경·먹을거리)을 중심으로 5대 정책과제와 14개 중과제, 40개 세부과제를 선정했다.

농식품부는 이 과정에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2016년 기준 50.9%인 식량자급률을 2022년까지 55.4%로 4.5%포인트(p) 늘리기로 했다. 기존 목표 60%에서는 4.6%p 낮아졌다.

식량자급률은 한 나라의 식량 소비량 중 국내 생산·조달 비율이다. 2006년 처음 설정돼 다음해인 2007년 농업·농촌발전 기본계획에 반영됐으며 5년마다 목표치를 재설정한다. 우리나라의 자급률은 1970년대 80%를 웃돌았으나 농산물 수입 개방이 본격화한 1992년 34%까지 내렸다. 현재는 2016년 기준 50.9%다.

쌀은 104.7%로 자급을 초과하지만 밀(1.8%), 옥수수(3.7%), 보리쌀(24.6%), 콩(24.6%) 등 나머지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소·돼지 등이 먹는 사료용 식량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4%에 불과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국 중에선 32위로 최하위권이다. 정부는 이 곡물자급률 목표도 27.3%로 기존 32.0%에서 낮춰 잡았다.

단순히 수치를 올리기보다는 현재 상황을 반영해 현실화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김종훈 농식품부 차관보는 “쌀 공급과잉 문제 개선을 위해 자급률이 높은 쌀의 국내 생산 목표치를 400만t에서 350만t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쌀 자급률은 타작물재배 지원 정책 등을 통해 지금보다 낮은 98.3%로 만들고 자급률이 낮은 밭작물 기계회를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김 차관보는 또 “30만t으로 돼 있던 밀 생산 목표도 현실 가능성을 반영해 20만t으로 조정했다”며 “밀 생산을 늘리기 위한 품종 개발과 보급 방식, 건조저장시설 확충 등을 아우르는 밀산업발전 종합대책을 6월까지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회 내에선 밀산업육성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 중심축이 농산물 생산 목표에서 농업인 안정 중심으로 바꾼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건 농가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특정 작물의 생산량을 급격히 올리면 그 가격이 떨어져 농가 소득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식품부 제공


농식품부는 그 대신 늘어나고 있는 도시와 농촌의 소득·복지 격차를 완화함으로써 농업과 농촌이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을 다수 내놨다.

구체적으론 채소가격안정제를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8%에서 2022년 30%까지 확대 도입기로 했다. 정부가 벼·밭농사 등에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농업직불제 중 친환경농업 직불단가도 올린다.

농촌 사회안전망도 확충한다.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도 재작년 27.5%에서 2022년 40%까지 늘리기로 했다. 재해보험 품목도 지난해 53개에서 2022년까지 67개로 늘린다. 이미 올해 4종을 추가했다.

쌀 소비보다 생산이 많은 현 상황을 고려해 논 타작물 재배를 지원하고 쌀 생산의 기본 방침을 양에서 질로 옮긴다. 쌀 생산과잉은 벼농가의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쌀 생산이 줄면 연 14조5000억원의 농식품부 예산 중 5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쌀 예산이 줄어 농업·농촌 복지 예산도 확보할 수 있다.

청년 창업농도 2022년까지 1만명을 육성키로 했다. 정부는 올해도 청년창업농 1200명을 선정해 최대 3년 동안 월 최대 100만원씩의 안정자금을 지원한다. 또 인터넷 통신 기술(ICT)을 접목한 농가, 이른바 ‘스마트팜’을 지난해 4000㏊, 축가 750호 규모에서 2022년까지 7000㏊, 축가 5750호로 늘린다.

이를 통해 현 18.4%인 농촌인구 비중을 19%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농정 대상을 농업인과 농촌 주민에서 소비자 등 국민 전체로 확대키로 했다. 소비자가 농축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야 농촌·농업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과일간식 제공도 올해 돌봄교실을 시작으로 2022년 전 학년으로 확대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 차관보는 “올해 7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초교 돌봄교실 24만명에게 제공한다”며 “재정 당국과 협의해 전국 초교 전체에 주2회 컵과일을 지원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9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농식품부는 “농업·농촌 분야 투·융자방향을 앞으로 ‘생산 중심의 양적 투자’에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질적 투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지 채소작물 스마트팜 구성도. 농림축산식품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