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주공1단지 공짜 7000만원 이사비 위법".. 적정 수준은 얼마?

by이진철 기자
2017.09.21 15:42:49

국토부, 법률자문 결과 위법소지.. 시정 지시 내려
현대건설, 수정안 마련해 조합측에 제출 예정
무상지원 조건 조합원 부담 전가, 회계감사 제도 개정 추진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경. GS건설 제공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서울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사업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조합원에 대한 과다 이사비 논란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합원 가구당 7000만원 이사비 무상 제공을 제시한 당사자인 현대건설은 곧바로 국토부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조합과 협의해 관련 조건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일부 건설사가 과도한 이사비를 지급하기로 제시한 건에 대해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이에 대한 시정을 지시했다고 21일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도시정비법 제11조 제5항에서는 “누구든지 시공자의 선정과 관련하여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법률자문 결과, 건설사가 이사비 명목으로 제시한 금액 중 사회통념상의 이사비를 초과한 부분은 ‘이사 지원’의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시공자 선정’을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려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오는 27일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 총회를 앞두고 현대건설(000720)은 무상으로 조합원 가구당 7000만원의 이사비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경쟁사인 GS건설(006360)이 기존 주택 감정가의 60%에 해당하는 이주비용을 무이자로 융자받을 수 있도록 한 이주비 조건과 별개로 추가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GS건설보다 신용등급이 높아 금융 조달 비용이 낮기 때문에 이사비 무상 지급 혜택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GS건설은 “조합 정관의 이주비 지원을 넘는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공방이 벌어졌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토부는 법률 검토에 들어갔고, 과도한 이사비가 도시정비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관할 구청과 함께 과도한 이사비에 대해 사실 확인을 거쳐 시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국토부 결정에 대해 현대건설은 관계당국의 정책 발표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현대건설은“이번 결정을 계기로 지자체 및 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수정안 마련한 후 이를 담보로 하는 방안으로 이행보증증권 등을 조합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가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주거단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서울시 표준공동사업시행 협약서, 조합입찰 지침서 및 조합 공동사업 시행협약서에 근거 규정에 의거해 사업제안서에서 조합원의 혜택을 위한 이사비를 제시했다”면서 “이는 기업의 이윤을 조합원 모든 분들께 공정히 돌려주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초 제안한 이사비는 이주촉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8.2대책 이후 담보범위 축소로 이주비가 부족한 분들이 많아 제안한 것”이라며 “5억원의 무이자 대여가 기본이며, 5억원이 필요치 않은 조합원에게 이자비용금액에 상응하는 7000만원을 드리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함께 향후에도 과도한 이사비의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정한 범위 내에서만 이사비 등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건설사가 제시한 무상지원 조건이 추후 공사비 증액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조합원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조합이 회계감사를 하는 등 관련 제도를 조속히 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법적인 이사비의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아 향후 쟁점 소지는 남아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산 등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다른 지역에도 과다 이사비 법률검토 결과를 적극 알리고,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과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근 강남지역 재건축의 시공사 선정이 과열됨에 따라 식사제공, 개별홍보 등 불법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보고 시공사 선정 과정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