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법 11년만에 통과…국제사회 대북 인권 압박

by장영은 기자
2016.08.30 17:27:25

정부, 국무회의서 북한인권법 시행령 의결…9월4일부터 법 시행
"北 인권침해 공식적으로 기록…체계적인 조사·실상 기록해 北 태도 변화 이끌어 낼 것"
美 국무부, 北 인권전략보고서 제출…유엔, 北 인권문제 독립전문가단 출범 계획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북한인권법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다음달 4일부로 본격 시행된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5년 처음으로 법이 발의된 이후 11년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때를 같이해 미국과 유엔에서도 인권 관련 대북 압박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연초 4차 핵실험 이후에도 주민들의 민생은 외면한 채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 17대 국회에서 발의된 이후 여야 간 견해차로 표류하다 올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국무회의까지 통과하면서 다음달 4일 법 시행을 위한 모든 행정적 절차를 마쳤다.

북한인권법이 시행되면 통일부 산하 기관으로 설치되는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진술 등을 토대로 북한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기록하고, 이를 분기마다 법무부에 설치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이관하게 된다.

북한 당국이 자행하는 인권 침해 실상을 정부가 직접 조사하고 공식적인 문건으로 남김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는 한편, 향후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의 근거로 삼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또 북한인권재단을 통일부 직속 기관으로 설립해 북한 인권 실태 조사와 인도적 지원 및 인권 대화에 대한 정책을 건의하고, 북한 인권 단체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 인권 증진에 기여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통일부 장관이 관여하는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도 운영한다. 통일부장관은 대학 교수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조교수 이상의 직위로 10년 이상 경력자 혹은 북한 인권 관련 단체·법인·국제기구 등에 5년(자문위) 혹은 7년(재단)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 등을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인권문제는) 미룰 수 없는 현안이고 평화통일 시대를 열기 위해 시급한 일”이라며 “정부는 북한인권 실태에 대해서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서 북한의 반(反)인도적인 범죄 실상을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인권 개선을 추진해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법 시행일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까지 해결되지 않은 숙제 역시 많다.

일단 인권재단의 경우 아직 이사진도 구성이 되지 않은 상태다. 북한인권재단은 여야 국회의원 각 5명, 통일부장관 추천 인사 2명 등 모두 12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사장은 이사회가 구성되면 이사들 중에서 선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국회로부터 이사진 명단을 받지 못해 법 시행일인 다음달 4일에 맞춰 재단이 출범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인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인권 단체에 대한 사업비용 지원의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도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현재 통일부에 정식으로 등록한 북한 인권 단체는 총 34개이며, 자체적으로 대북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도 적지 않다. 북한인권법 시행 이후 예산 지원을 목적으로 한 인권단체의 난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이유다. 대북 전단 살포 활동 등에 대한 지원 여부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존에 정부의 위탁을 받아 연구소와 단체에서 진행하던 탈북민 대상 인권 조사 활동을 정부가 가져갔지만, 민간 단체와의 협업 문제 역시 명확하게 매듭 짓지 못 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북한인권 전략보고서를 지난주 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미 국무부측은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확대하고 북한 내 인권 유린 가해자 처벌을 목표로 구체적인 인권 개선 전략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월 2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첫 대북제재 강화법에 따라 제출된 것으로, 미국은 지난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제재 대상에 넣은 북한 인권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데 이어 잇따라 북한 인권 문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유엔(UN)도 조만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독립 전문가단(Group of Independent Experts)을 출범시킬 계획을 밝혔다.

시나 폴슨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장은 “독립 전문가단은 2명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을 보좌하게 된다”면서 “이들은 북한 당국의 반인도 범죄 책임자, 책임 규명 및 처벌 등에 대한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이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