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동욱 기자
2015.03.02 16:34:32
[이데일리 김동욱 김기훈 기자] 대학생들이 손꼽는 인기 직장인 금융회사의 채용 문턱을 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산업을 둘러싼 경기 환경이 좋지 못하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채용 확대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상반기 취업문은 더 좁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금융회사가 1년 두 번에 걸쳐 진행하던 공채를 1번으로 줄인 데다 공채일정을 하반기로 미룬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업은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취업문이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업황 악화에 지친 증권사들이 고육지책으로 감원에 나서면서 채용시장엔 찬바람만 쌩쌩 불 뿐이다.
시중은행 중에서 상반기 대졸자 공채가 확정된 곳은 기업은행이다. 지난해 220명에서 올해 400명으로 늘렸다. 시중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신입 채용 규모를 확대했다. 기업은행은 상·하반기 나눠 각각 200명씩 뽑을 예정이다.
채용규모는 확대됐지만, 경쟁은 상당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부분 시중은행이 공채 시기를 하반기로 잡고 있어 상반기에 진행하는 은행 공채에 지원자가 대폭 몰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공채 경쟁률은 100대 1을 뛰어넘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 올해도 상반기 공채가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많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를 시작해 최근 신입 행원의 인사배정을 마친 국민·하나·우리은행은 올 하반기에 공채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채용규모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최근 비대면 거래가 많아지면서 기존 점포를 줄이는 추세여서 신입 채용을 늘릴 여력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290명, 우리은행은 260명, 하나은행은 120여명의 대졸 신입을 뽑았다. 지난해 신입 공채를 치르지 않았던 외환은행은 올해도 공채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SC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역시 올해 신입행원 채용 계획이 없다. 카드사 중에선 우리카드가 올 상반기 4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대다수 증권사는 올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소폭의 채용 계획만 세우고 있다. 지난해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국내 최대 규모의 NH투자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채용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본 오릭스그룹으로 매각된 현대증권도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HMC투자증권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신규 채용을 시행하지 않았으며 올해도 미정이다. SK증권도 아직 구체적인 채용 계획이 없다.
일부 증권사는 하반기 채용을 계획 중이나 그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40명을 채용한 KDB대우증권이 올해 하반기 채용을 검토 중이며 하나대투증권과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하반기에 한자릿수에서 두자릿수 인원을 뽑을 계획이다.
이밖에 전체 인력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업계는 각사마다 많아야 한자릿수 인력 채용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식거래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인력 감축과 지점 통합 등 구조조정을 지속하면서 대규모 신규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58개 증권사 직원 수는 3만6561명으로 2013년보다 11% 넘게 줄었다.